윤석열 정부는 출범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약속하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까지 내리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인하를 추진했다. 법인세율은 1%p 인하했지만 상속세 개편은 물거품되었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밸류업 세제지원안 역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못했다.
이렇듯 윤 정부에서 추진했던 굵직한 정책들이 ‘부자감세’라는 비판만 받은 데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마저 발생하면서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비상계엄에 탄핵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조기 대선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핵심 정책이었던 상속세 개편안 등이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일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밸류업 세제 인센티브 재추진이 주요 정책으로 담겼다.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고, 배당 증가금액에 대한 세금도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올해도 약 30조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법인세 감소 영향이 제일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집계된 `24년 1~11월까지 법인세수는 60조2000억원이 걷히면서 역대급 세수 결손이었던 전년보다도 17조8000억원이 줄었다. `22년도 100조원 이상의 세수입을 기록했던 법인세수의 덩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당초 윤 정부가 추진했던 법인세율 인하안(25%→22%)은 지난 `22년 말 여야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 심사기관을 도과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야 원내대표 간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국회의장의 두 차례 중재안이 나오면서 12월22일 최종 합의한 이후 구간별 1%p 인하키로 합의해 이튿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에서 9%로, 200억 이하 20%에서 19%로, 3000억원 이하 22%에서 21%로, 3000억원 초과 25%에서 24%로 변화했다. `22년 103조6000억원이 걷혔던 법인세수는 세율 1% 인하 이후 `23년 80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당초 `23년도 세율 인하가 반영된 법인세수 예상 세액은 105조원이었다.
법인세율 인하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세율은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높은 수준으로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 있었다. 그러나 세율 인하의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법인세 1% 인하 효과는 처참했다고도 할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 반대의견으로는 조세지출 등을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실질적 세부담이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으며, 세율인하가 투자 및 고용으로 연계된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유의하지 않다는 결과가 있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함께였다.
`24년 60조 규모에 그친 법인세수가 22%를 목표로 추가 세율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법인세율을 더욱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여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에 따른 낙수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 재추진 예정인 상속세율 인하…40%보다는 완화한다는 정부
지난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의 핵심 감세정책은 상속세율 인하안이었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 △자녀 공제 확대(1인당 5000만원→5억원)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20%) 폐지 등이 골자로 무려 25년 만의 상속세 개편 방침이었다.
이는 탄핵 정국 등에 부딪히면서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곧바로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상속세율 인하를 빠르게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정 내용을 완화해 다시 국회에 제출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장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상속세 개편안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안은 그간의 물가·자산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세제를 개편하려는 것이며,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상당수 기업이 기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징벌적 상속세를 개편해 기업의 투자·고용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증가해 더 많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세수결손 및 최근의 국세수입 감소 추세, 감세정책의 미미한 경제활성화 효과, 고소득 자산가에 집중된 정부안의 세부담 귀착 효과 등 고려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정과세 및 실질과세의 원칙, 근로소득세와의 형평성, 상속세를 폐지한 일부 국가의 경우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한 반면 우리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 점, 가업상속공제 등 제도의 악용 가능성도 있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당초 발표했던 최고세율 40%보다 더 완화된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한국 증시 부양을 위해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은 올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다.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고, 배당 증가액에 대한 세금도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 액상형 전자담배도 과세권 안으로…의원 발의로 추진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도 이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2021년 5358억원 △2022년 9891억원 △2023년 1조1249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연간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송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사실상 담배임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전자담배 과세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 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사용해 ‘증기로 흡입하는 방식’은 담배에 포함되나,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을 사용했거나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것은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담뱃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2월27일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합성니코틴의 규제 사각지대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 성인인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무인 자판기, 피시방, 폰 케이스 매장 등 불특정다수에게 무차별적인 홍보와 판매가 되고 있고 특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청소년들조차 무방비 상태로 접근이 되는 상당한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