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AI(인공지능) 국세행정의 원년으로 선포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는 2년간 300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세청은 정보화관리관실 산하에 ‘인공지능세정혁신팀’을 신설했다. 인공지능 국세상담 발전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업무와 인공지능 국세상담 시스템 개발 및 유지·관리, 관련 세목의 확대 및 상담 품질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대해 세정가에서는 국세청 내부 인력만으로 민간에서처럼 고도의 개발이 가능할 것인지, 외주가 필요하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먼저 국세청은 `24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맞춰 정부기관 최초로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세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간 납세자들에게 가장 불만이었던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 통화 성공률은 26%에서 무려 98%까지 올라섰다. 이 중에서 AI 상담사가 처리한 상담 건수만 106만건, 전체의 약 74%를 처리했다. 11월부터는 14개 세무서에 시범 운영한 AI 국세 전화상담 서비스를 전국 133개 세무서 대표전화에 확대 시행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는 2일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와 15일 연말정산을 AI 상담사로부터 응대받을 수 있다. 상담 도중 직원과 통화연결이 필요하거나 AI 상담 분야가 아니라면 직원에게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AI 상담이 도입되면서 휴일 관계없이 24시간 납세자는 상담받을 수 있게 돼 납세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올해는 AI 홈택스 개통을 앞두고 있다. 홈택스를 최신 트렌드에 맞춰 챗GPT와 같이 AI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 지능형·맞춤형 서비스이다. 물론, AI와 인공지능이 대두되면서 국세청은 지난 `20년 지능형 홈택스인 ‘홈택스 2.0’을 추진한 바 있으며, ‘AI 홈택스’로 개편은 5년 만의 일이다.

국세청은 이번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부터는 홈택스 전자신고 화면이 납세자 맞춤형으로 단순화됐다고 대대적으로 밝혔다.

◆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작업에도 AI 활용

AI는 국세청의 고유 권한인 ‘세무조사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는 작업에 AI 기능이 도입되게 됐다. 조사 사례를 AI로 학습해 탈루 혐의자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화관리관실과 법인납세국, 조사국 등이 합동으로 TF를 만들어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조사실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AI 탈세적발 시스템’은 정기조사 대상자 선정에 적극 활용했고, 향후에는 조사 전문가 등이 참여해 선정 정확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정기조사뿐만 아니라 비정기 조사대상자 선정이나 신고 내용을 분석하는 데도 활용된다.

이처럼 국세청이 조사대상자 선정을 전산으로 시작한 해는 지난 `84년으로,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은 40년 만의 일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과거부터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오명을 쓰고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은 아픈 역사가 있다. 정치적 세무조사는 군사정부 시절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비판받은 만큼 정기조사와 비정기 조사 모두 AI를 활용해 향후 국세청의 정치적 조사 의혹을 벗을 수 있을지 기대를 받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학화를 위해 ‘포렌식’ 조사 지원도 확대한다. 지방청에 포렌식 지원팀을 신설하는 한편, 세무서 조사에도 포렌식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해킹 방어도 AI로

국세청은 지난해 10월부터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세청의 보안관제 시스템은 `03년 최초로 도입돼 발전해 왔다.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해킹 문턱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이 같은 변화와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이용한 사이버 보안관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사이버 보안관제는 보안 위협 탐지, 분석, 대응 전파 등 4단계를 거친다. AI는 동시 수만 건의 해킹 시도를 건당 1초 이내에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대량의 공격 시도에도 모든 분석이 가능하고 자동처리가 가능하다.

한편, 국세청이 과거 국세행정전산화 5개년 수립 이후 금융실명제 실시로 국세통합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국세통합시스템(TIS)가 개통한 것은 `97년도의 일로, AI 국세행정 원년이 선포되기까지 27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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