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법령연구소, ‘조세법상 채무 검증·관리방안 연구’

매년 증가하는 고액·상습체납자, 세수 결손의 ‘원인’

미국·영국 등 채무에 대한 입증책임 납세자에 있어

선제적 과세처분 후 납세자 환급방식으로 전환 제시

‘위장채무’로 인한 상속·증여세 탈루행위를 막기 위해 ‘채무의 범위’에 대해 납세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방안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정책법령연구소가 국세청에 제출한 ‘조세법상 채무의 효율적인 검증·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3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세입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이 부족했다. 이는 결손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계획하고 집행하지 못한 예산인 불용액도 1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결손 원인으로 법인세 감소 등도 있지만, 고액·상습체납자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조세범’으로 인한 탈루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고액·상습체납자는 `21년 3878건, `22년 4022건, `23년 4853건으로 증가 중이다.

특히 상속세와 증여세는 소수의 자산가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이에 대한 탈루는 정부의 재원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부의 재분배를 목표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해 사회 일반의 근로의욕을 저해하고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상속·증여세를 납부하는 모범 납세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상속·증여세의 기준이 되는 상속·증여재산의 가액에서 ‘채무’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특수관계인 간 증여 시 공제한 채무 원리금 지급을 불이행하거나 만기를 임의 연장하는 등 상속증여세 탈루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제한된 인력과 예산 하에서 채무에 대한 검증이나 사후관리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에 보고서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으로 ‘상속·증여재산의 가액에서 빼는 채무는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것에 한하며,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납세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조항인 ‘채무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상속·증여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무를 공제하지 않은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계산한다’는 내용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가산세는 채무에 대한 입증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면 20%의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또한 경정청구 특례를 넣어, 채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사정의 변경이 생긴 때,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채무임을 입증할 수 있은 때라는 내용을 명시해 후발적 사유가 발생할 경우 경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 국세청이 세금 사기와 관련된 정보를 추적, 관리, 감시하는 내부시스템(FITS)을 운영 중이고, 세금 환급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허위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 RRP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영국은 ‘채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당국이 아니라 납세자에게 있다’는 대원칙에 기초해 당사자에게 적극적으로 소명과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국세청도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청한 후, 소명이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선제적으로 과세처분한 뒤 일정기간 내 납세자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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