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문명의 利器(이기)를 대표하게 됐다. 국세행정에서도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업무 효율이 크게 증진되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역시 향상 일로에 있다. 고작 2년 전. “인공지능을 이용한 국세상담 발전계획을 수립하라”‘인공지능세정혁신팀’에게 특명이 주어졌다. 모두가 전문가 그룹에 민간 위탁이 효과적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었다. 상담프로그램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위의 우려에 보란 듯이 프로그램개발과 전국세무서에 상담 전화를 AI와 연결하는 계획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지난 2024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상담의 98%를 처리했다. 전체 납세자들의 새무 상담의 74%를 AI가 해결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달성했다. 국세청 전산관리관실의 ‘인공지능세정혁신팀’은 종합소득세 신고업무,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법인세 신고업무 등 주요 국세행정의 모든 영역에 인공 지능을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에서 개선점은 없는지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한 업무는 무엇인지 마치 컴퓨터와의 전쟁을 치르듯이 업무혁신에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제 국세청의 모든 업무에 인공지능이 접두사가 되는 듯하다. AI홈택스, AI손택스, AI연말정산 등 AI의 접목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심지어 세무조사 대상까지도 AI에 의존한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인공지능이 국세행정에 접목되면서 국세행정의 주요 덕목인 형평성과 공평성이 확대된 것은 확실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민원 처리의 요체도 달성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국세청은 민원의 신속 공정한 처리와 업무처리의 능률이 가장 우선될 수밖에 없는 국가의 주요 기관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혁신이 가능했던 요인은 세계 최고의 컴퓨터 기반을 자랑하는 전산 인프라였다. 동시에 만 18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과 신속한 인터넷 환경이 뒷받침된 것이 국세청의 전산행정과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혁신이 가능했던 여건이었다. 또 하나 관과 해서는 안 되는 중요 포인트는 납세자의 수준이다. 성실납세 의식이라는 일차원적 사고는 세금에 대한 근본인 관계로 제쳐두고라도 세정의 AI접목이 가능했던 것은 신용카드라는 결제 수단의 변화이다. 결제 수단의 전산화는 자영업자들의 매출과 비용이 완전노출 되는 탈세 불가의 환경을 조성했다.
국세청이 AI를 세정에 접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납세자와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인공지능 접목은 세무 행정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다 AI의 세정 접목을 통한 국세행정 혁신이 과거보다 편리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세청이 납세자 입장에서 납세의 편의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느냐 아니면 세정의 업무 효율에 역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天壤之差(천양지차)가 날 수 있다. 지금의 방식이라면 ‘수탈기관’이라는 국세청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일례로 지금 봉급생활자들의 관심 사항인 연말정산을 보자. 연말정산 간소화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자신의 연간소득자료와 각종 공제 가능한 자료들을 보여준다. 물론 전산화가 미비했던 과거에 비하면 수월하다. 의료비 영수증이니 교육비 영수증에 보험료 납부 영수증을 일일이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국세청에서 포집해주니 한결 편리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제공해 줘도 결국 확인하고 신고하는 절차는 납세자 개인몫이다. 역으로 국세청이 매년 1천만 건 이상 연말정산 서류를 일일이 검토하고 제대로 적정했는지를 검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AI의 세정 접목이 세정 효율과 능률면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들의 노고를 덜어주는지 측정도 불가할 정도다. 납세자의 편리해짐은 국세행정 효율성을 위한 자투리 정도에 불과함에도 언제나 납세자의 편리를 앞세운다. 자신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납세자의 편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진짜다.
자신들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납세자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납세자에게 좋은 점만 부각시키는 것이 공직자들의 오래된 습성이다. 비난받아야 하고 버려야 할 나쁜 습성일 것이다.
AI의 세정 접목으로 행정능률이 이만큼 높아졌으면 이제 진정 납세자를 위한 세정 개선을 내놓아야 한다. 국세청의 ‘수탈기관’이라는 패러다임을 훌훌 털어버리고 ‘성실납세 도우미’로 거듭나야 한다. 신용카드가 화폐를 대신할 정도로 일반적인 결제 수단이 되고 있다. 대부분 영세사업자들의 매출이 파악됨을 의미한다. 신용카드가 일반화되기 전에 비하면 탈세의 정도는 鳥足之血(조족지혈)에 비유될 만하다. 간이과세자들의 신고편의와 일반자영업자들이 장부 의무 등 납세 비용을 줄이는 행정서비스의 확대에 AI가 유용하게 사용되길 기도한다. 세무행정의 품이 많이 소요되고 직원들이 힘들어도 납세자를 위해서라면 희생을 감수한다는 의식의 전환을 기다리는 심정이다.
국내외 여건이 환란에 가깝다. 경기 부진이 장기회 되면서 빚 얻어서 세금 내는 자영업자의 심정을 생각해 보라. 피 땀흘려 일하고도 노동의 대가는 고사하고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에게는 세금이 그들의 땀이고 피이다. “업체 정리하고 나니 빚만 18억이 남았습디다. 대학생이 된 얘기들 각자도생으로 독립을 시키고 마누라와 죽자고 일만 했어요. 그나마 일은 계속할 수 있어서 10년 동안 빚만 갚았어요.” 어느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사장님의 경험담이다. 그들에게는 원천징수하는 세금도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아주적은 세금이지만 그에게는 피였고 생살이었다.
우리는 신고납부제도를 채택했다. 이 제도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세금의 신고와 납부에 납세자가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탈세가 일상이었던 시대에는 탈세를 적출하고 추징하는 업무의 비중이 높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이제 세무조사 분야의 행정력을 대폭 줄이고 신고 안내와 납부 편의를 위한 안내와 도우미의 역할이 강조돼야 할 때다. 납세자는 신고도 환급도 편해야 하고 비용이 적게 들수록 선호한다는 점이다. ‘AI 연말정산’ 납세자에게 편하다고 생색만 낼 일은 아니지 싶다. ‘수탈기관’이라는 국세청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국세행정의 효율성보다 납세자의 편리를 먼저 생각하는 세정의 AI 접목을 촉구해 본다. 국세행정의 하나에서 열까지 납세자가 우선이고 납세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국세청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전환을 맞이하는 납세자의 희망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