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조직에서 ‘직무역량’ 자체보다는 본인과 친분관계, 사교성 등으로 조직원을 평가하는 문화가 고착화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청이 갑질 예방·근절 추진 정책에 참고하기 위해 나도기브에 의뢰한 ‘조직 내 갑질에 대한 관리자와 직원간의 인식차이 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청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은 내부통제 차원에서 더 심각하게 관리돼야 할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위한 설문조사에는 관세청 6급 이하 직원 1027명, 5급 이상 관리자 120명이 참여했으며, 조직 내 갑질을 경험한 응답자 수는 608명으로 59.2%를 차지했다. 갑질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이는 419명으로 40.8%였다.

유형별(복수응답)로 살펴보면, ‘비인격적 대우’가 466명(45.4%)로 가장 많았다.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거나 욕설·폭언·폭행 등 상대방에게 비인격적 언행을 하는 유형이다.

뒤를 이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채용·승진·성과평가 등 인사와 관련해 부당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부당한 인사’ 유형이 404명(39.3%)로 뒤를 이었고, 특정인에게 근무시간 외 불요불급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배제하는 ‘업무 불이익’ 유형이 359명(35%), 의사에 반하는 모임 참여를 강요하거나 차별행위를 하는 등 ‘기타’가 345명(33.6%),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향응·기타 편의 등 사적 이익을 요구·수수하거나 제공받는 ‘사적 이익 요구’ 유형이 220명(21.4%) 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대부분의 계층이 ‘비인격적 대우’에 대한 경험이 가장 높았고, 50대는 ‘부당한 인사’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대부분 갑질 유형에서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과의 차이는 7~15%p 정도다.

◆ 사적이익 요구 관련 대표 사례

[개인 심부름]

#직원이 편의점에 갈 때, 이왕 가는 김에 자기의 음료수도 함께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다.

#온라인 쇼핑이 익숙하지 않은 관리자의 개인적 물품의 구매를 대행해 주었다.

#직원이 업무차로 은행에 간 김에 관리자의 개인 은행업무도 대신 보고 오라는 요청을 받고 해주었다.

[카풀 등 차량이용]

#카풀을 직접 요구받지는 않았으나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고 느꼈다. 퇴근 시간에 주변을 서성거린다거나 다른 동료에게 카풀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해서 부담스러웠다.

#관리자가 자신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주차장의 차단기를 열어두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다.

#점심 식사 시 관리자의 기호를 고려해서 식당을 여러 개 찾아보고, 개인차량을 이용하여 왕복 운전을 했다.

[대리 업무]

#훈련보고서를 하급 직원에게 작성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회사경비 사용]

#회사 비용으로 혼자서 개인의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부서의 공용비품을 구매할 때 관리자 위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선물이나 모금]

#퇴직자 기념품(열쇠)을 만드는 데 직원들이 돈을 보태서 구매했다.

#다른 곳으로 발령받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때 반대급부로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부당한 인사 관련 대표 사례

[공정하지 못한 인사]

#직제상으로는 하나의 팀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개의 팀으로 운영하면서, 둘 중 △△팀장의 권한이 가끔 침해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승진을 하려면 평가하는 특정 △△직군에게 잘 보여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특정직원 배려]

#공정하고 합당한 평가라기보다는 개인적 감정에 의해 특별승진 후보를 추천하는 것 같았다.

#여러 직원들 중에서 특정한 직원에 대해 출퇴근 편의를 고려하여 배치하도록 요청하신 적이 있다.

[수용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출장에서 업무 관련성이 미미한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을 데려간 적이 있다.

#관리자에게 △△전보를 희망했는데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배치해 주지 않았다.

[휴가 사용에 부담]

#진단서를 첨부해서 병가를 신청했고 과장님의 결재까지 났는데, 다른 △△계장님이 진단서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서무한테 얘기하면서 본인에게 통보가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병가를 사용하지 못했다.

#7개월간 육아휴직을 하고 온 이후에 본인보다 1년 늦게 입사한 타 세관의 다른 직원이 진급 티오(8-9급)를 가져가게 된 것 같다.

#△△계장님이 이유를 잘 설명해 주지 않고 연가를 불허한 적이 있고, 누군가 연가를 사용하면 직원들에게 업무를 더 만들어 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연가를 사용할 때 이유를 세부적으로 질문하셔서 대답하기가 난감할 때가 있었다.

[실적 몰아주기, 양보 요청]

#업무상 편의를 위해 제시한 아이디어에 대한 포상을 다른 팀원과 나누라는 팀장의 지시가 있었고, 이에 직원이 반발하자 질책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 비인격적 대우 관련 대표 사례

[과도한 지적]

#보고자료 검토 시 자료에 빨간 볼펜으로 X를 여러 차례 기재하고, 다른 직원과 본인의 능력을 비교하는 말을 하셨다.

#본청에서 사복을 입었을 때 셔츠를 입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불쾌감을 주는 행동]

#△△팀장은 본인의 기준과 가치관에 기반한 말들을 많이 하신다. 얘기를 듣고 있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업무처리시 피식 웃는 경우가 있으신데 개인적으로는 모욕감을 느끼곤 했다. 아마도 비웃음을 지은 거 같았기 때문이다.

[외모 비하, 신체 특징 언급]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한마디씩 하시는 데, 의도가 나쁘지 않으셨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직원의 의상이나 머리모양에 대해 관리자가 본인의 생각과 평가를 얘기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본인과 다른 의견 무시]

#본인이 경험이 많고 옳다는 생각이 강하셔서 의견을 굽히지 않고, 다른 직원들의 말을 잘 듣지 않으시는 경향이 있다. 필요한 경우 직원들의 의견도 경청해 주셨으면 좋겠다.

◆ 업무 불이익 관련 대표 사례

[근무 시간 외 업무지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야근 중에도 일을 다 했는지 계속 확인을 하셔서 마치 독촉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힘든 업무 및 촉박한 일정]

#가끔 본인에게 실적이 되는 업무만 가져가고, 잔무 등 티가 나지 않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을 하라고 내려주는 것 같은 경우가 있다.

#진행하는 업무에 대한 마감 일정을 긴급하게 요구받아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

[불합리한 업무 분장]

#별다른 이유가 없이 사무분장이 이루어지거나 수시로 바뀌는 것 같이 느껴진다.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무분장이 변경되어 당혹스러웠다.

[하급자에게 업무 전가]

#조직에서 부서 막내에게 잡무를 떠밀기 하는 경향이 있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업무를 넘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퇴근 눈치 및 야근 유도]

#17:30 이후 업무지시를 하셔서 근무시간 외 업무 또는 퇴근할지 애매한 입장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지시한다(오전, 오후에 업무지시 할 수 있었음에도 17시경에 지시하고서 다음날 9시까지 보고하라고 하는 등).

[과도한 업무관여]

#우리 과가 해야 할 업무가 아닌 것 같은데도 계속 일을 가지고 와서 직원들에게 해당 업무를 하게 한다.

#유선으로 지시하는 것도 가능한데, 굳이 대면으로 불러서 말하고는 돌아가라고 하셨다.

#보고서 단어 하나에 트집을 잡으시는 경우가 있다.

[기타]

#같이 일하기 어려운 직원임에도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인지 그 직원의 잘못을 모른 척하거나 감싸주는 일이 있었다.

#업무의 방향성 문제인데 디테일만 따지다가는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하게 알아볼 것을 유도하고 실제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여하시는 경우는 없었으면 한다.

◆ 기타 사례

[회식, 워크샵 등 참여권유]

#점심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고 싶었는데 단체활동을 하자고 하셔서 딱히 원하지는 않았지만 참여한 적이 있었다.

#회식 후에 2차로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물론 좋아하는 직원도 있겠지만 본인의 경우는 분위기를 깰 것을 우려해서 내색하지 못하고 함께 따라간 경우가 있었다.

#회식 중간에 종종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단체 건배를 하자고 제의를 하신다.

#워크샵 비참석시 사유를 물어보고 정당한 사유가 아닐 경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회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회식자리에 안가면 너만 손해라는 소리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선을 넘는 행동]

#△△과장이 저녁시간에 술에 취한 상태로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인 내용의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본인의 주관적인 원칙과 도덕주의를 말하면서 직원에게도 참조하라고 마치 설교하는 것처럼 느껴진 경우가 있었다.

#사생활 관여 내가 해외여행을 갈 때 어디로 가는지 상세한 여행지까지 적으라고 하셨다.

[의전 및 금전적 각출]

#출장비 등 부가 수입을 부서 단위로 걷어서 회식비용이나 퇴직자를 위한 선물 금일봉 등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기타] 외모 비하, 신체 특징 언급

#예쁜 직원이 성격도 좋고 일도 더 잘한다.

#회식 2차 자리에도 참석하는 직원을 선호하게 된다.

한편 보고서는 관세청은 다수의 공공기관 및 공기업 조직이 갖는 권위적 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통해 기관 내 갑질이 없는 조직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고, 특히 비위 발생전 갈등을 조정하는 갈등조정 신청제도를 신규로 도입하고, 관리자·직원별 예방교육 등을 실시해 직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등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관세청 조직 내 갑질이 직원과 관리자의 개별적 문제보다는 기관의 분위기나 조직문화 측면에서의 문제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관세청의 조직 내 갑질 경감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갑질 인식 차이가 이전 세대의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는 구성원과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는 합리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구성원 간의 입장 및 태도의 차이라는 점을 주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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