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비치는 돌담에 기대
널배 하나 서 있다
소금기에 전 몸은 붉어지지 않는다
석양에 물든 바다가 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몰골을 타고 몰려오는 바다 냄새를 쫓다
뻘에 박힌 장화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
해 긴 하루 뻗치게 보냈으리라
머지않아 몸이 작아져
바다는 보이지 않고
하늘만 가득할 때
물도 뭍도 아닌 곳에 깊이 가라앉아
배였다는 것을 기억해 줄
누군가를 오래 기다릴 것이다
돌담까지 밀려오는 어둠에 숨어
널배 한 척 아직 서 있다
* 서·남해안 개펄에서 조개 채취 등 어로행위를 위해 뻘밭 위를 타고 다니는, 나무판자로 만든 배.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납작 엎드려 일궈온 내 삶이 마치 “널배”와 같습니다. 힘이 없어 남의 눈치만 보며 살아온 것 같은 안타까움만 더합니다. 노동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요즈음, 어떤가요? 당신은. 먹고 사는 게 문제라지만 그보다 더한 위중한 순간에 맞닥트렸을 때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평생을 산 널배 그리고 쓰임만 당한 약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저녁”입니다. 시집 『거푸집의 국적』(2024,상상인)에서 갖고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