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다국적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시 자료제출 거부나 조사기피 사례가 끊이지 않아 이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등으로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22일 `25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세무조사 건수는 유지하되 탈루행위가 명백한 사안은 비정기 조사를 적극 실시하고, 다국적기업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지연 행위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세청이 한국세법학회에 의뢰한 ‘다국적기업 등의 세무조사 비협조·거부에 대한 제재의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등은 기업의 비밀유지 계약의 체결 또는 국외 모회사로부터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 장부서류의 제시 거부 또는 지연, 컴퓨터 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자료의 국외 반출 등과 같은 비협조 행태를 지속 중이다.

국제거래는 과세자료의 상당 부분이 외국에 있어 국내거래보다 정보의 획득이나 적발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에 OECD와 G20은 BEPS 프로젝트 권고안에 합의하고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행위에 대해 제재하려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세기본법 제88조에 따라 세무조사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과태료 상한은 500만원에서 2000만원, 5000만원까지 상향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세무조사 추징액보다 과태료가 더 적다는 판단하에 과태료만 내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과세자료가 클라우드에 있는데 본사의 보안정책에 따라 과세관청의 자료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세무조사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세무조사의 경우 법원을 통한 소환장 집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세무조사를 거부·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기적 방법으로 납세의무를 회피하면 75%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 우리나라에 비해 벌칙의 정도도 매우 중하다. 독일은 ‘강제금 제도’를 두고 있어 이행될 때까지 반복해서 부과한다는 점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서 자료제출의무 위반에 대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앞선 연구용역 보고서는 이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벌의 경우 질문조사에 불응한 경우와 과세자료 미제출의 경우를 구분해 납세자의 규모를 고려하는 등으로 실질적으로 제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수준의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령과 같은 일회성 과태료만으로는 납세자의 자발적인 협력의무 이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위반의 횟수와 태양(형태)에 맞추어 과태료 등을 반복적으로 부과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또한, 미국의 소환제도와 같이 세무조사 단계에서 법원의 개입과 통제를 허용한다든지,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를 미이행한 경우 추후 불복 과정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제한한다든지, 또는 소송 과정에서 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우거나 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방법도 제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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