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개발비 규모 ‘세계 2위’…검증 비중 높여야”

국세청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에 대해 사전적, 사후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서는 검증 비중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1월호에 따르면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R&D 조세지원 현황 및 개선방향: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민간 R&D 지출의 지속적 확대 추세, R&D에 대한 정부 지원 수준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우대 기술 선정에서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2년 기준 112조6000억원으로, OECD 회원국 및 주요 비회원국 중 세계 6위 수준이며, GDP 대비 비중은 세계 2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체가 사용한 연구개발비가 89조4213억원으로 전체의 79.4%를 차지했으며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지출액은 각각 12조9186억원(11.5%)과 10조3061억원(9.1%) 규모이다.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촉진을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세율 20~40%),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비(30~50%), 일반연구·인력개발비(0~25%)가 있는 내국인에게 법인세 또는 소득세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하는 제도이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기타 기업 대상 조세지원에 비해 제도가 오남용 될 여지가 큰 제도이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혁신 활동과 일반적 경영 활동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지출한 비용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과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성적 판단 및 검증이 요구된다.

반면, 고용, 투자 등과 관련된 조세 지원의 경우 서류나 자료를 통해 기업이 적격 지출을 했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할 때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세무 행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국세청에서도 제도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받고자 하는 기업의 신청 건에 대한 사전적 검증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당국 차원의 사전적 검증 비중이 대외에 공개된 적은 없으나, `23년 기준 4만3000건이 넘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신고가 있었으며 국세청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명시된 인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수혜기업 수와 국세청의 관련 인력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수 신청 건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선행연구에서는 캐나다의 R&D 조세지원제도 운영을 모범 사례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캐나다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연구개발 활동 검증을 위해 다수의 전문 인력을 연구개발 조세지원 신청서 검토에 투입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조사관의 경우 연구개발 조세지원 신청서 검토 업무만 전담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우리 국세청은 사후적으로도 제도에 대한 별도의 확인·검증 절차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며, 특정 기업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 종합적으로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위원은 개선방안으로 현재의 가용한 인력 및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검증 노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 AI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도 오남용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납세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포착하는 방안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제도의 중요성을 고려해 제도 검증 관련 인력 및 예산의 확대를 제시했다. 다만, 인력 및 예산의 확충 또한 또 다른 행정비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규모에 대해서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또한 제도 검증이 비용-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담당 인력의 전문성 강화, 적절한 인력 배치 및 조직 구성 등 국세청 자체적인 노력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오남용 최소화를 위해 납세자와의 적극적 소통도 강조했다. 현재 국세청에서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인정 사례, 불인정 사례, 체크리스트 등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해당 자료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세액공제 신청 시 R&D 개념 등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읽고 인지한 경우에만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가능하도록 신고 절차를 변경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또한 사전심사 제도가 현재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사전심사 기술 검토 절차의 경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수행하고 있고, 나머지 업무는 국세청에서 담당하고 있어, 기업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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