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캐리어' 대한항공, 글로벌 항공사와 본격 경쟁시대 열려

통합 LCC 출범 가시화, 티웨이·이스타·제주항공 '각자도생' 길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으로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 LCC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진에어 제공)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으로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 LCC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진에어 제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길었던 양사간 기업결합의 여정이 4년만인 지난해 말 마무리되면서다. 이제부터는 두 회사가 지배하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잇따른 사고로 신뢰회복이 급선무인 숙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LCC업계가 지배구조 변화 등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한 2020년 11월부터 4년만에 EU·미국 등 14개 국가 경쟁당국 승인을 마무리짓고, 아시아나항공 신주 1억3157만8947주를 취득해 지분율 63.9%를 확보해 지배구조상 최상위를 자리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월 11일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중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지급했던 7000억원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납입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년여간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하며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말께 완전한 통합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통합 이후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의 '메가캐리어'로 도약해 다른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대한항공 측은 에어부산을 포함한 기존 LCC 자회사 3사 통합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출신의 임원이 통합 LCC 3사의 각 사 대표로 배치했다.

최근 이륙전 비행기 화재가 발생했던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가 41.89%, 부산시와 부산 상공계가 약 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을 거점으로 운영돼왔다.

앞서 지난달 28일 밤 10시 15분쯤 김해국제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통합 LCC의 주축이 될 진에어가 있는 인천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에 거점을 두었던 에어부산의 통합 계획에 부산시와 부산 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합 LCC의 출범이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어부산 임직원 1200여명 가운데 70%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출신인데 LCC 통합으로 타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고, 가덕도 신공항에서 거점 항공사의 역할을 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LCC들은 각자도생을 위한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다. 통합되는 세 항공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2조4785억원, 승객수는 5144만명으로,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매출 1조7240억원, 승객수 1230만명)을 크게 앞서게 된다.

티웨이항공을 놓고 본격적인 항공업 진출을 꾀한 대명소노그룹의 움직임이 변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29.74%를 가진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이지만, 대명소노의 지분 확보로 양사간 지분 차이가 2.97%로 좁혀지면서 본격적인 티웨이항공의 경영권 다툼이 생길 전망이다. 대명소노 측이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등 당장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대명소노 측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확보해 두 항공사를 하나로 통합시켜 '제2의 아시아나항공'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스타항공도 LCC 업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화물사업 확대 및 항공기 추가 도입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서는 한편 최대 주주인 VIG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2019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했던 제주항공이 물망에 오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하는 여객기 추락 참사 이후 지난 2005년 설립된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항공의 고객 신뢰 회복과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재무 건전성 확보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 LCC 1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LCC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외연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으로 통합 LCC 출범이 가시화되고 LCC 업계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진에어·티웨이·제주항공을 중심으로 3파전이 예상되고 업계 내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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