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금융사고, 그룹 경쟁력 강화 등 풀어야할 과제 많아
"중앙회와 잘 협의해 농협금융 특수성 해소" 재도약 다짐
'이찬우號 NH농협금융지주'가 돛을 올렸다.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8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의 바람을 타고 출항을 시작했다.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과 그룹 경쟁력 강화의 과제를 산적하고 어떻게 파고를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임추위가 지난해 9월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내·외부 후보군 검증과 경영능력·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심사한 결과 이 수석부원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임추위 추천을 받아들여 지난 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수석부원장을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이날부터 오는 2027년 2월 2일까지 2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이 회장은 제 3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경제정책부터 실무업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업무 경험을 쌓으며 금융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하며 금융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높이며 금융지주회사 CEO로서 필요한 역량을 모두 갖췄다는 임추위의 평가를 받았다.
제8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많다. 상위 구조에 있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이 우선적 관건이다. 농업금융에서의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농협은 농민이 주주인 협동조합으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해 계열사 28곳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농협의 총자산은 중앙회 166조원, 경제지주 13조원, 금융지주 532조원을 합쳐 711조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중앙회 산하 경제지주에는 하나로유통, 농협양곡, 농협목우촌 등이 있다.
중앙회 산하 이 회장이 이끄는 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투자증권 등을 두고 있다. 중앙회 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농협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 발생 이유에 대해 농협금융 특유의 지배구조를 지목한 바 있다.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집행간부 등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등의 불투명한 인사 운영을 꼬집었다. 농협금융 수장에게 인사권은 있지만 중앙회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농협은행에서는 횡령, 배임, 외부인에 의한 사기 등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2022년 2건에서 2023년 6건, 지난해에는 수시 공시한 금융사고 금액만 450억원 정도다.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고, 가장 질나쁜 금융사고인 '횡령'은 6건에 달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잇단 금융사고와 계열사 인사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농협중앙회와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그는 "외부의 시각과 내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농협금융은 지역 조합의 출자로 나온 것으로 금융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농업 이해도도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는 것이고, 중앙회와 잘 협의해서 한다면 그런 우려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금융사고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금융사고 최소화, 제로화가 고객 신뢰의 기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은행과 지주에게서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에 대해 내부통제와 관련한 책무구조도 등을 통해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금융이 5대 금융지주로 묶이지만 자산 규모나 수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의 실적 개선도 당면 과제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4조1196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627억원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순이익(KB금융 4조3953억원, 신한금융 3조9856억원, 하나금융 3조2254억원, 우리금융 2조6591억원)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실적이다.
한편, 이 회장은 1966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장・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