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택 시인
서영택 시인

바다는 모래를 삼키며 살아간다

모래무늬가 파도의 양식이고 호흡이다
 

내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모래들

흘러내리고 미끄러지며 서로 서로를 바라본다
 

얼마나 더 버티면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경계를 지우는 바람이 몰려온다
 

모래가 지도를 넓히고 좁힌다 싱가포르는 세계 1위의 모래 수입국이다 국토의 30%는 매립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였는데 불법 채취로 인도네시아에서는 24개의 섬이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흩어지려는 모래의 심정을 이해한다

해변엔 머물지 못하는 발자국이 가득하다
 

태양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하루만큼 나의 모래를 빼앗아가는 자 누구인가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독과점 형식의 “카르텔”은 허욕의 분신입니다. 그렇게 이루어 낸 값을 과연 ‘행복’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시의 정신으로 평생 기업을 경영해 온 시인의 “나의 모래”에 경의를 표합니다. “머물지 못하는 발자국”으로 “빼앗아가는 자”들만 그득한 세상,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정곡을 찌르는 서영택 시인의 ‘시의 힘’에 저 또한 고요히 되돌아봅니다. 시란 이처럼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도 우리와 함께 사는 푸른 별의 구성원이니까요. 사랑의 꽃이 그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행문학』 2024년 겨울호에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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