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국민 세금 투입되는 기관 회계 투명성, 민간부문보다 더욱 강화돼야"
김범준, “회계감사 관련 전문성‧경험 갖추지 못하면 외부감사업무 참여 안 돼”
서울시의회가 세무사도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검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을 두고 회계사-세무사 간의 ‘업역 다툼’으로 보기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달 서울시의회가 다시 개원할 때 최선을 다해 원래 조례안대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운열 공인회계사회장은 “서울시 조례 대법원 판례 이후에 많은 공공부문 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의 회계 투명성은 민간부문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운열)가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개최한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 회계투명’ 주제의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공인회계사, 세무사)는 지자체 회계 감사 이슈를 두고 ‘책무성’과 ‘시스템’ 두 가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먼저 민간위탁금이 관리 소홀로 횡령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 회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일정규모 이상 비영리법인 또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경우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외부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학점이수, 공인회계사 1~2차 시험, 회계연수원 연수 및 최소한 2년간의 감사업무 실무수습을 통해 외부감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지만, 2년의 실무수습 시간도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외부감사(검증)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피감기관 등 이해관계자들과 독립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나 회계사의 윤리규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변호사나 세무사는 제3자에 대한 정보제공의무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지만, 공인회계사는 제3자에 대한 정보제공의무가 존재하고 회계감사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김범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사업규모는 345개 위탁사무에 총 9424억원으로 회계감사보수는 약 9억원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민간위탁사업 결산관리, 감독관련 조례를 개정해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세무사(세무법인)’도 검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회계사와 세무사간 직역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종전 사업비 정산감사는 회계감사 업무로, 증빙 확인은 물론 증빙의 진위여부 확인, 거래의 실재성, 비용집행의 적절성 등을 감사기법을 활용해 검사한다. 김 교수는 변경된 간이한 검사(지자체 결산검사위원 업무)가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의 회계투명성 제고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보조금은 회계법인에 의한 검증 대상 보조사업을 보조금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행안부도 지자체 보조금에 대해 지방보조사업 검증제도를 도입했으며 검증범위를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률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대법원 판결 취지는 뭘까. 김 교수는 “금융위나 기재부에서는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법원은 지자체장이 민간위탁사무 수탁업무를 관리 감독함에 있어 ‘엄격한 회계감사’ 또는 ‘간이한 결산서 검사’를 선택할 재량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여기서 재량이란 세금을 쓰고 보고할 때 그 검증은 세게 받아도 되고 약하게 받아도 되는 지방의회의 선택이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방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는 것이고, 지방의회가 약하게 검증받겠다고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났다”며 “판결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사업비 정산감사는 잘못하면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있고 횡령이나 허위 증빙의 사고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무사가 해야 하는 업무냐, 회계사가 해야하는 업무냐는 것은 논란 자체도 아니다. 책무성과 시스템의 문제다. 아파트 동대표도 관리비 감사를 받아 감사보고서를 걸어두는데, 단체장은 국민이 투표로 뽑아준 사람이고 세금이라는 남의 돈을 쓸 때에는 내 돈을 쓸 때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주관부처와 지방정부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납세자에 대한 수탁자 책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명확한 인식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정규모 이상 회계감사 의무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감사’냐 ‘검사’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잘못 감사하면 징계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원과 같은 모니터링 시스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회계사와 세무사 자격 모두 갖고 있지만, 자신이 상법을 잘 아니까 상법 소송을 회계사가 하자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전문성이 없으면 회계감사를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계사냐 세무사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계 및 세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과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경험과 지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며 “회계감사와 관련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지 못하면 외부감사업무에 참여해선 안 되고, 회계감사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회계감사 업무수행시 피감기관과 엄격한 독립성 기준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계감사에 대한 감독기구는 감리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회계감사 전문가로 구성된 감리시스템을 마련해 회계감사의 질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주문했다.
최운열 회계사회장도 “회계사회는 회계사와 세무사 업역 다툼과 같은 것은 관심도 없다”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원칙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위탁사업이나 보조금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결산서 검토를 회계감사라는 용어 대신 결산서 검토라는 용어를 빌려 다른 직역도 할 수 있게 됐지만,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기관에 대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감사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며 민간부문보다 회계투명성이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