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청장, 친밀한 소통위해 비장의 무기로 ‘28개 아랍어 문자까지 익히는’ 정성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난주 아라비아 반도의 심장부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를 방문해 양 과세당국 간 최초로 개최된 국세청장회의에 참석했다.

13일 국세청(청장 강민수)에 따르면 작년 11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OECD 국세청장회의에서 강민수 청장은 AI를 활용한 디지털 세정 혁신 사례를 발표했고, 최근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한 사우디 대표단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회의장에서 직접 다가와 강 청장을 사우디로 초청한 바 있다.

1위 산유국이자 우리나라 해외 건설산업의 최대 발주국(`24년, 119억 달러)인 사우디는 중동 유일의 G20 회원국으로서 최근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 주도의 비전2030을 비롯한 개혁정책 이후 네옴 시티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등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우디에서는 외국계기업에만 법인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과세 기준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 이중과세 등의 세무애로를 심각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청장은 양국 간 세정 협력을 다질 뿐 아니라 우리 기업이 봉착한 문제들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것이다.

강 청장은 사우디 국세청과의 양자회의에 앞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사우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리야드의 한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세정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국세청 내부에서는 간담회를 다소 형식적인 자리로 생각하고 참석하는 기업은 없을지 우려하는 견해도 있었으나, 강 청장이 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서는 뭐라도 하겠다는 열의를 내비치자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세무애로와 건의사항을 제시하며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초과해 진행됐다.

사우디 동부 한 기업의 세무담당 실무자인 정 모 팀장은 리야드까지 400km를 날아와 현지 세무조사로 인한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사우디 국세청 담당자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워 국세관 파견과 같은 소통창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길어진 간담회를 마치고 숨 돌릴 틈 없이 30분 만에 사우디 국세청으로 달려간 강민수 청장은 수하일 아반미 사우디 청장을 만나 밀도 높은 양자회의를 진행했다.

강 청장이 특유의 친화력과 유창한 영어로 사우디 청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과세당국 간 세정 현안에 대한 논의에 이어 강 청장은 현지 우리기업이 직면한 세무애로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했고, 그 결과 사우디측은 △우리 기업들이 세금 문제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창구인 코리안데스크 지정 △한국 국세청이 임석한 가운데 현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개최 △우리 기업 이중과세의 신속한 해소 노력 등 세무애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청장의 관심을 약속했다.

국세청은 코리안데스크 지정에 대해 중동 국가에서 우리 기업 세정지원의 물꼬를 튼 것이며,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직접 설명하는 워크숍 개최는 사우디 국세청으로서는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조치로 우리 기업들의 세무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세청과는 첫 양자회의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사우디 기업은 거의 없고 우리 기업들만이 사우디에 다수 진출해있는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강 청장은 어떻게 하면 사우디의 과세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세무애로를 효과적으로 호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강 청장은 회의 초반 친밀감을 조성할 아이디어를 마지막 순간까지 빼곡히 메모하고, 세무애로가 해소되면 기업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우디 경제에도 이로움을 부각시켜 사우디측을 설득할 전략을 세우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국세청장회의라는 전장에 나섰으며, 현장에서도 논의를 주도해 나갔다.

이에 더해 출장 전부터 사우디 주재원 출신 작가의 ‘이제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적과 유튜브를 통해 아랍의 문화를 익히는 한편, 더욱 친밀한 소통을 위한 비장의 무기로 28개 아랍어 문자까지 익히는 정성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청장회의를 마친 후 국세청은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회의의 주요 결과를 공유했으며, 400km를 날아왔던 참석자로부터는 “형식적인 간담회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고 긍정적 성과를 이끌어 주어 고맙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국세청은 “워크숍이 내실있게 개최될 수 있도록 사우디 측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이중과세 해소를 비롯한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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