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는 머릿속에 뿔이 가득 차서 눈사람에게 묻는다
눈사람은 무덤처럼 뿔이 없다
염소가 모자를 벗을 때마다 뿔이 거칠게 자라난다
도무지 미래를 가늠할 수 없어 염소가 뜬눈으로 밤을 새울 때
곁에서 눈사람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잠시 뿔이 스쳤을 뿐인데 내일은 어떤 뿔로 기다려야 할까
눈사람은 여전히 뿔이 없다 겨울 뿔이 조금씩 짧아진다
둘은 눈이 내리는 밤에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오래오래 뿔에 대해 생각했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모두가 꿈을 갖으나 그 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습니다. “뿔”이 없는 “눈사람”의 꿈이나 뿔을 가진 “염소”의 꿈을, 같은 꿈을 꾸는 삶으로 읽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희망과 좌절, 욕망과 비움, 사랑과 이별 같은 “도무지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예기치 않은 인연들이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최근에 발간한 윤옥주 시인의 시집 『눈사람과 염소』(2025,천년의시작)엔 ‘공수래공수거’의, 뿔이 스쳐 지나간 ‘꿈과 현실’이 교차 되는 지점으로 독자를 모십니다. 되돌아보면 그것마저도 눈으로 만든 사람처럼 다 녹아 없어지지만요. “오래오래 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