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여신 및 구조조정 등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적정하게 수행했는지 정책자금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20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6일 정책자금 운영실태(한국산업은행의 부실여신 중심)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감사 결과, 산업은행은 법적 제약으로 설립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I를 지난 `19년 4월 설립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기업 매각전담 자회사인 KDBI를 설립한 후에도 대우조선해양 및 HMM 등 구조조정기업의 매각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고, KDBI를 설립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KDBI는 불공정한 대우건설 매각입찰로 논란을 일으킨 후 구조조정 업무를 중단하고, 산업은행(PE실) 및 금융자회사(KDB캐피탈 등)와 기능이 중복되고 민간영역과 시장마찰 우려가 있는 상업적 성격의 사모펀드를 조성․운용했다.
또한, 산업은행 퇴직자를 특별채용하고, 임직원의 무단결근·지각이 빈번하며, 산업은행의 다른 금융자회사와 비교 시 예산의 과다한 집행 등 조직관리가 느슨했다.
미등록 대출모집인의 알선을 받아 정상 여신이 어려운 기업에 규정을 위반해 대출한 후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18년 10월부터 `20년 4월까지 A주식회사 및 관계회사 2곳에 여신지침을 위반해 총 112억 원을 대출했다. 결국 연쇄 부실화 과정에서 기한이익상실 결정을 유예하는 등 대출금 회수에 소홀해 103억 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B지점장은 대출모집인의 알선을 받고 실적 악화 중이던 A사에 30억원 대출을 약속했으며, 대출모집인은 알선 대가로 A사로부터 최소 1억3000만원을 수수했다. 이 외에도 B지점장은 `16년~`20년까지 자녀 2명을 자신이 지점장의 직위에서 대출한 여신 거래업체 7곳의 대표이사 또는 인사담당자에게 소개해 취업시켰다.
또한 산업은행은 투자목적으로 취득한 벤처기업 주식이 규정상 매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 부서의 실적 달성을 위해 매각을 결정하고, 매각승인을 받기 위해 외부평가기관에 공정가치 산정을 의뢰한 후 희망가격을 전달하는 등 부당 개입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개발 PF에 법령상 필수요건인 공공출자자로 참여한 후, 공공환수 대상인 개발이익 배당권리를 민간출자자에 이전했으며, 중국 C그룹의 재무리스크를 인지하고도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뒤 C그룹의 부도로 전액 손실 처리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신용등급을 결정해 대출금리·전결권(지점 또는 본점)을 산정하는데, 이를 점검한 결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때 규정과 달리 객관적 증빙자료 없이 회사가 제시한 주관적 전망에 의존하는 사례 다수 △필터링(자본잠식 등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신용등급 결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을 상향 후 유지하는 사례 △최신 재무제표를 반영하지 않고 2년 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신용평가와 여신승인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산업은행 회장에게 자회사 설립 및 관리, 기업 운영자금 대출, 벤처기업 투자지분의 매각, PF 공공출자 등의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4명을 징계요구하거나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하고, 신용등급 평가나국외점포 신설·운영 관련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통보하는 등 총 20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하거나 통보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