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에 무한 연료가 되었다. 흔히 무한을 우주에 비유한다. 그 무한의 우주보다 끝없음이 인간의 욕망이라고 한다. 욕망의 속성으로 인해 사람은 행복을 무심하게 지나버린다. 그리고 언제나 불행과 맞서 싸운다. 특히 황금만능의 시대를 가져온 자본주의가 욕망의 원죄를 덮어버리고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욕망과 맞서 싸우는 인간의 고뇌는 인류의 탄생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풀지 못한 숙제이다. 마치 우주처럼 욕망의 늪은 한계도 끝도 없는 인류의 태생적 과제이다. 해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그렇게 격렬하게 원하면 원할수록 너는 그걸 차지 못할 거야. 누구에게나 무엇에나 자신을 열어 놓는 사람만이 원하는 걸 얻게 된다”고 욕망이 우리 인생에 어떻게 작용하고 만들어지는지 가르쳐 준다. 사람은 욕망을 멈출 때만 바라던 것이 보인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 욕망이다.

그래서 황금만능주의와 욕심의 무한성 그리고 질투심이 빚어낸 자본주의의 사생아가 바로 상속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자 한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자 하는 만큼 나보다 남이 더 갖는 것을 싫어 한다. 욕망에서 태어난 욕심과 형제간인 이기심이다. 우리 속담에도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욕심과 이기심이 작당하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상속을 배 아파하는 것이다. 내가 상속받는 것은 좋은데 남이 상속받는 것은 싫은 것이다. 나에게 공짜로 재산이 생기는 것은 많을수록 땡큐이고 남들이 공짜 재산을 받는 것은 배 아파 죽는다. 그래서 내가 내는 상속세는 너무 많고 남이 내는 상속세는 너무 적은 것으로 느낀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도 있다. 재벌그룹 총수가 사망하고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물고도 망한 재벌 2세는 없다는 현실은 소시민들에게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을 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조 원을 상속받고 최고세율을 적용받아서 6조 원을 상속세로 냈다면 당연히 총수 자리에서 물러나야 정상이다. 그대로 총수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면 사전에 증여를 통하거나 상속에 대비한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되었음일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상속세 때문에 家業(가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속세의 논쟁이 정답을 못 찾는 이유일 것이다.

다행히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서 부부간 상속세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아 매우 바람직하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혼에 의한 재산분할과 상속세 간의 권형을 맞추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상속재산 과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과세 방법을 바꾸는 것도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역시 바람직한 개정일 것이다. 기본공제의 경우 물가상승률과 인플레를 감안하여 높여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이렇게 개정해도 상속세 논쟁의 여지는 상존한다. 세율 적용의 문제다. 최근 세계적인 추이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아주 가볍게 하고 있다. 무엇이 최선인가를 놓고 학자들 간 또 정치지도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저세율과 최고세율 나아가 세율 누진 구간의 조정 등은 정답을 고르기가 매우 힘들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국민의 여론에 맞추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세율이 비교적 높은 축에 들고 명목세율에 비해 실효세율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론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의 폐지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속세의 폐지는 인간의 욕망에 만족도를 높여 줄 수는 있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의 세습과 경제력에 의한 계급의 가속화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병들게 하고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소득의 재분배 기능이 없어지면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여 과거의 봉건시대나 사회주의로 회귀하는 사회대변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대표적 병폐들이 민낯을 드러낼 것이고 소득재분배 기능의 소멸에 따른 심각한 사회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동시에 역성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상속세를 더 강화하면 해결될 것인가? 이 역시 부작용에 의한 폐해가 더 심할 것이다. 먼저 욕망의 상실에 따른 무력증이다. 욕심을 내서 재산을 모아봐야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노동의 가치가 실종된다. 경제활동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면 사회발전의 동기가 사라진다. ‘공동 생산’과 ‘균등 분배’라는 사회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상속세는 없앨 수도 그렇다고 강화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논쟁거리인 셈이다.

사실 상속세는 부자들의 세금이다.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은 1만9944명이었다. 국세수입에서 상속증여세 수입은 지난해 15조3천억으로 총국세(336조5000억원)의 4.5%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2023년 사망자 수(35만2700명)를 기준으로 상속세 납세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내외다. 대다수 납세자와 무관한 세목이라는 의미다. 이마저도 누진세 구조 탓에 극소수 거액 자산가들이 상속세의 대부분을 부담한다. 그래서 상속세는 ‘국민 정서세’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디에 있을까? 과연 상속세 논쟁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처럼 어려운 거대 담론에 누구라서 답을 말할 것인가.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길밖에 없다. 여론을 따라가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난해 9월 13일부터 10월 2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만 64세 3000명을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한 것은 매우 훌륭하다. 설문조사가 여론을 살피는 방법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로 과세 방법을 변경하는 것은 국민 생각의 일치가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부간의 면제도 이혼 시 재산분할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세율구간, 누진비율, 최저 및 최고세율 등은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로 결론 내기도 어렵고 국민의 여론을 통합하기도 어렵다. 정답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논쟁만 있을 뿐 결론은 실종된 사안이라는 설명이 와닿는다. 구태여 최선을 찾자면 소득재분배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환경에 도움이 되면 다행스러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여론에 따라 신속하게 바꾸는 것이 상속세를 대하는 최선의 예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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