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보유 지분 전량 매각 결정, IPO 재추진 '속도'

금융사 M&A 등 외연 확장, 지주사 전환 등 다양한 전략 모색

교보생명이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해오던 금융지주사 전환으로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분쟁이 7년만에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주사 전환과 함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금융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M&A의 '큰손'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 회장과 FI 어피너티와 풋옵션 논쟁은 2012년 당시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가 매각을 시도하자 어피니티 등 외국계 펀드가 인수에 뛰어들었고, 어피니티는 대우인터가 보유한 주식 492만 주(당시 지분율 24%)을 주당 24만5000원, 총금액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어피니티 컨소시엄내 교보생명 지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9.05%, IMM프라이빗에쿼티 5.23%, 베어링PEA 5.23%, 싱가포르투자청(GIC) 4.50% 순이다.

FI 측은 교보생명이 2015년 말까지 상장할 것을 풋옵션으로 계약했다고 했지만, 교보생명 IPO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한 어피니티 등 FI와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 10월 어피니티는 IPO 약속 미이행을 이유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사갈 것을 요구했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이에 맞서며 논쟁은 극에 달했다.

양측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논쟁은 결국 2019년 3월 국제중재재판(ICC)으로 이어져 추진하던 IPO는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같은해 9월 ICC가 일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해석되기도 했지만 어피니티는 2차 국제 중재 신청까지 제출하며 교보생명과 신 회장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풋옵션을 진행했던 안진회계법인과의 소송전 등 이전투구 양상이 전개되다가 이후 올해 1월 신 회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가격을 정할 감정평가기관 선정 절차를 밟으면서 ICC 판결을 사실상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일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지분 9.05%와 4.50%를 신한투자증권, SBI 등에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가격은 초기 투자가격인 주당 24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낮은 주당 23만4000원으로 파악됐다.

이번 매각 결정으로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 인수를 위해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 4개 펀드 중 2곳의 엑시트가 확정되면서 컨소시엄은 해체 수순을 밟게 돼 어피니티 측과의 갈등은 사실상 7년만에 일단락된 셈이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모든 이해당사자와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대화와 협의를 지속해 합의점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주주 간 적절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협상이 성사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피니티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향후 다른 기회로 협업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최대주주와 FI 간 갈등이 해결되면서 교보생명은 그동안 불발됐던 IPO 추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2023년 2월 정기 이사회에 금융지주사 설립 안건을 보고하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 금융위원회 인가 승인 등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다만 최근 보험업계의 업황 불황과 함께 교보생명의 이미지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 미지수로 남아있다. IPO를 추진하면서 금융사 M&A를 통한 외연 확장과 지주사 전환 등 다양한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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