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상속세법 도입…1981년 ‘오정근 세무사·전정구 변호사’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 발언

정부가 지난 12일 앞으로 상속세 과세는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과세하는 ‘유산세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밢혔다. 1950년 상속세법 도입 이후 75년만의 수술이다.

그런데 조세전문가들은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방식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무려 44년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세정일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들의 유산세 과세 방식을 주장한 것을 조사해봤더니 1980년 6월7일자 조선일보의 ‘IMF 보고서를 통해 본 오늘의 한국경제’라는 기사에서 “재산에 대한 과세는 세수목적에서가 아니라 소득세를 보완하고 재산의 불공평한 배분을 수정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조세구조상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수가 총 조세수입의 0.7%로 대단히 미미한 비중이지만, 재산세 과세의 정당성은 세수가 아니라 ‘공평성’에 있다면서였다.

기사는 “그런데 한국에서는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공평과세되고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불공평의 문제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각국의 사회적-경제적 우선순위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산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소득을 얻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평보다도 더욱 불공평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재산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소득세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갖고 있다”며 “일부 부유층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에 조세구조를 지나치게 정교하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81년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67%에서 60%로 7%p 인하하는 개정안을 냈다. 방위세 부담을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80.4%가 72%로 인하된 것이다. 80년도 이전까지 정부의 세제개편은 세부담의 공평성을 제고시킨다는 명분하에 증세를 도모해 왔기 때문에 81년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전에 없던 대규모의 개편안이라고 평가됐다.

그리고 이때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발언이 등장했다. 오정근 세무사와 전정구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오정근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이며, 전정구 변호사는 재무부 예산국 출신이다. 본격적인 학계의 연구는 `93년 '취득과세형 상속과세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 등 최명근 교수 등의 연구라 할 수 있다.

당시 오정근 세무사는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유산세 성질의 과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을 권장하고 싶다. 자산의 재분배라는 측면과 취득한 자에 대한 과세라는 측면, 상속자별로 과세함으로써 유산분배의 명료성을 기하고 부의 분배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전정구 변호사는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근본 문제는 과세방식에 있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제인데 이를 유산취득세로 바꿔야 한다. 과세 방식의 기본원칙을 바꾸는 것이 소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82년도 이태로 서울대 법대 교수도 “상속세제는 현재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이 미흡하다’며 “상속해 주는 사람에 대한 과세보다 상속을 받는 사람에 대한 과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산취득세’ 발언은 81년도부터 첫 기록이 확인된다. 상속세법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50년으로, 유산 총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재의 ‘유산세’ 방식은 75년간 유지돼 왔다.

유산세의 장점으로는 상속하는 시점에서 피상속인의 일생을 통한 세부담을 청산하는 목적에 부합하고, 유산분할을 가장해 현실과 다른 신고를 행할 우려가 없으며, 세무집행상 용이하다는 것 등이 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상속받는 개인의 담세능력에 의한 공평과세가 안 되며, 세부담이 상속인의 수와 분할의 정도에 관계가 없어 부의 집중을 억제하는 데는 불충분하다는 것 등이 있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상속세 인하에 대한 움직임이 계속 있었고, 정부가 올해 중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다면 `2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초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81년 이후 44년 만에 정부가 실제로 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년 10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연구’를 발주했으며, 오는 5월 실제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유산세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덴마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고, 유산취득세를 채택하는 국가는 벨기에, 브라질, 칠레,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일본 등으로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수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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