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획재정부에서 2028년부터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여 지인들로부터 자주 질문을 받는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사망자(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데, 전체 유산 규모만 파악하면 각자 받은 재산에 관계없이 내야 할 전체 세금이 결정되므로 집행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반면에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들이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므로 재산의 분배를 촉진하고, 공평한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대부분 국가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세 과세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너무 황당하게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현행 방식은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그 재산을 증여한 사람이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사망하면 상속세를 결정할 때는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도 가산하여 계산하므로 누진세율 적용으로 증가하는 상속세는 상속인(배우자나 자녀)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에 한국세법학회에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고, 이 논문 발표를 계기로 관계 당국이 상속세 과세 방식의 전환을 논의할 때 함께 참여한 것을 보람으로 느낀다.
그 논문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던 대표가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가족들 몰래 다른 형제들에게 일부 주식이 증여되었고, 이 주식을 증여받은 형제들은 낮은 세율(10%)로 증여세를 신고하였다. 대표가 사망하자 상속인은 현행 상속세 과세 방식에 따라 다른 형제들이 증여받은 재산을 가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최고세율(50%)을 적용하였고, 세율 차이(40%)에 따른 상속세 증가분은 법률적으로 증여받은 형제들이 아닌 상속인이 부담하게 되어 상속인과 다른 형제들 사이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또다른 사례는 어느 분이 사망하기 직전에 내연녀의 생활보호를 위해 송금한 것이 상속세 조사과정에 확인되어 내연녀에게는 낮은 세율의 증여세를 과세하고,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내연녀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을 가산하고, 누진세율의 적용으로 증가한 세금은 모두 상속인이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과세 방식으로 ‘재산은 내연녀가 챙기고, 세금은 본처가 낸다’는 시중의 우스갯 농담도 유행한 적이 있다.
유산세 방식은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 업체였던 쓰리세븐(777)의 매각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이 회사는 창업주가 사망하기 직전에 회사 발전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상당한 지분의 주식을 증여하였다고 한다. 창업주가 사망하고 상속세를 계산할 때는 임직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을 가산하여야 했고, 누진세율의 적용으로 세율 증가에 따른 세금은 모두 상속인이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과세방식이 원인되어 증가된 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상속인은 그 회사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속세 과세 방식은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 기준으로 상속공제와 세율의 적용으로 공평한 측면도 있지만 과세 방식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과세 방식의 전환과 함께 강조되어야 할 점은 연대납부이다. 현행 방식은 상속인이 각자 받은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에 대한 연대납세의무가 있어 가족 간에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 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상속인 간에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 등 제한적으로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한다고 하고 있으나 최소한으로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