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6급 이하 직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는 소식이다. 공무원사회에서 승진과 인사이동은 일상이지만 하급 직원 중에서도 9급의 승진은 남다르다. 단순히 계급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눈물의 강이었고 참을 ‘忍’의 산이었다. 얼마나 많은 갈등과 싸워야 했고 다른 길의 유혹에 밤잠을 설쳤던가. 그래서 苦盡甘來(고진감래)라 했던가. 고생 끝에 낙이 온 것이니 얼마나 달콤할 것 인지는 不問可知(불문가지)다. 공무원의 최고 말단인 9급 직원이 8급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영예를 넘어 인생의 별을 단것이나 진배없다. 지나온 과정이 눈물겨워 환호보다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죽을힘을 다했다고 할 만큼 전심전력으로 노력하여 10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꿈에도 그리던 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 합격의 환희도 잠시 千辛萬苦(천신만고) 끝에 찾았던 북극성은 마치 남의 불인 듯 “이것이 진정 내가 그렇게 갈망했던 길인가?” 회의로 不眠(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직무교육이라고 받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공무원의 자세와 기초 중의 기초만 가르치고 실무에 투입되니 아는 것은 보이지 않고 온통 모르는 것 천지다. 업무를 넘겨준 선임은 뭐라도 물어볼라치면 두 번 물어보기 어려울 만큼 엄하고 무섭다. 꼽(상대에게 시비를 걸 목적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것으로 쓰이는 신조어)주고 핀잔주는 것이 일상이 된다. 잘 가르쳐주면 10분이면 될 일을 “매뉴얼 찾아보세요” “업무지침 찾아 보고 연구하세요”하면서 종일 헤매게 하고 지속적으로 꼽 주기와 핀잔으로 정신을 빼놓는다. “그것이 월급 값이려니 생각하고 3개월만 버텨봐”라는 부모님 조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속에 忍(인)을 새긴다. 그것이 1년이 되고 3년이 된 그야말로 버팀과 인고의 세월이었다. 차마 버티지 못하고 다른 길을 택한 입사동기들이 부지기수다.

이제 당당하게 내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법을 익혔고 조직의 룰이 무엇인지 전통이 어떤 것인지 알만하고 적응이 되나 싶은데 승진이란다. 얼마나 기쁘고 고생한 보람을 만끽할 것인지는 不問可知(불문가지)다. 이제 멀기는 하지만 고위직이라는 북극성도 빛나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야 국세공무원이 나의 길인가. 마음속으로 이제야 진정한 국민의 공복이 되는구나 다짐도 해본다. 나는 후배들에게 업무만큼은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잘 가르쳐 줘야지. 그것이 내가 편하고 조직의 능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라고 추슬러 본다. 이것이 조직에서 승진의 약발이다. 그래서 이번 승진 인사가 조직 내 사기 진작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승진인사로 국세청의 면모가 일신되고 하부조직이 튼튼하여 일 잘하는 공무원사회의 모범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 설명처럼 역량이 탁월하고 조직기여도가 높은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수행능력 등 적격성을 평가하고, 공적과 자질에 대한 감사관실의 의견 등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심사했다는 인사원칙이 조직의 전통이 계승됨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기여도와 직무수행능력은 어떤 조직이나 인사의 기본 원칙에 속한다. 다만 국세청이 이번에 이러한 기본 원칙에 더하여 신체의 실핏줄에 해당하는 일선 세무서의 직원들을 배려 했다는 것이 돋보이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승진만이 유일한 당근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같이 계급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은 여타 어느 조직이나 동일한 세태라고 쳐도 업무의 특수성에서는 크게 다르다. 국민에게 대가 없이 세금을 거두는 일은 아주 특별하다. 어떤 일보다 예민하고 주의가 요구된다. 조그만 실수에도 민원이 확대 재생산되는 특성이 강한 업무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다. 기분이 상해서 찾아오는 민원이 너무 많다. “세금이 너무 많다”에서부터 “불친절하다”면서 막무가내식으로 떼를 부리는 민원인도 不知其數(부지기수)다. 이렇게 어려운 업무들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친절한 국세청을 만들어낸 주역들이 이들 6급 이하 하급 직원들인 것이다. 그 현실적인 노고에 비해 주어지는 반대급부는 언제나 직급만큼이나 하위다. 그리고 승진 이외는 어떤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승진이 그만큼 값진 것이다.

6급 승진자들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들은 국세청의 허리다. 국세행정으로 잔뼈가 굵었다. 고위직 관리자들의 성과는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국세행정의 달인들이다. 9급에서 출발하여 6급까지 오는 동안 국세청의 모진 풍파를 모두 견뎌낸 고수들인 것이다. 6급으로 승진한 지금 행정고시로 출발하여 고위직으로 성장해 가는 사무관이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또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업무 환경은 둘째치고라고 세대 간 갈등을 조율하고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중추 역할이 쉬웠다면 거짓말이다.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자신을 건사하기도 버거운데 새로 들어오는 물은 완전히 이질적이다. 의식부터 달라진 신입들을 업무에 적응시키고 조직에 융화되도록 勞心焦思(노심초사) 가꾸고 보듬어야 했다. 위로는 관리자들의 호통과 질책을 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업무 실적이 좋으면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은 모두 관리자의 몫이 된다. 반면 잘못되면 질책은 아래 직원들 몫까지 모두 이들이 감당해야 했다. ‘승진’이라는 이 영광의 뒤안길은 진정 험하고 힘들었노라. 이것이 그들의 자랑일 것이다.

이렇게 승진의 기쁨과 환희를 찬양하면서 마음 한구석 슬픔의 조각들도 돌아봐야 한다. 승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운명처럼 따라다니는 ‘애석함’이다. 안타깝고 애달픈 그들의 심사를 모른척하면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떤 승진 인사든 경쟁자가 있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게 된다. 이번 승진 인사도 예외일 수 없다. 안타깝게 탈락한 직원들에게 내일이 있음을 말해주자. 그들이 용기를 내고 다시 힘차게 전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승진자보다 탈락자에게 먼저 아파해주고 다음이 있음을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주자. 하늘이 행운을 주기 전에 반드시 시련을 먼저 보낸다는 말이 있다. 더 큰 행운을 아껴두기 위해 이번에 태스트용 고통을 먼저 보낸 것이라 위로하자. “다음은 반드시 당신 차례일 것입니다. 용기를 잃지 마세요” “당신 인생에서 남은 미래는 언제나 당신 편일 것입니다. 아직 찬란하게 빛날 미래가 있다는 것도 커다란 행복입니다.”

그래서 승진인사 뒤에는 언제나 축하와 위로가 공존한다. 승진자들은 애석하게 탈락한 경쟁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자. 패자들을 먼저 보듬을 때 승진이 더 값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아깝게 기회를 놓친 직원들은 이제 웃으면서 이번 승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진심을 담아서 축하를 보내자. 835명(6급 255명, 7급 281명, 8급295명, 전산직 3명, 공업직1명)의 승진자 여러분, 승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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