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잘나가는 유명 연예인들의 탈세는 심심하면 한 번씩 사회의 이슈로 등장한다. 국세청이 일부 연예인들에 대해 수십억 원의 탈루 세금을 추징했고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소시민들이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울화통에 휘발유를 붓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었으면 이미 낸 세금 빼고 탈세한 세금만 수십억이 된다는 말인가?” 기가 막히고 가슴이 먹먹하여 울지도 못한다. “아무리 돈 가치가 없어졌다고 하나 남들이 억 억 한다고 쉬워 보이지만, 죽도록 애써봤자 팔자에 없는 놈은 근처도 못 가보는 큰돈입니다.” 그저 서민들의 시름에 헛웃음만 보탠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려니 여기고 오늘도 새벽 첫 버스를 타는 행복한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멍울을 또 한번 심는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노래 가사처럼 무심코 던지는 세상을 향한 원망 한마디에 갑자기 뼈마디가 쑤신다.
유명 연예인들의 탈세 소식은 마치 세트 메뉴를 보는 느낌이다. 법의 맹점과 세무대리인들의 잘못된 업무 관행 그리고 인간의 욕심이 합해져서 탄생하는 종합예술이라 할만하다. 세트 메뉴 가운데 ‘오마카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장 핵심은 1인 법인이 가능한 법이다. 법이 그렇다. 법대로 한다는데 누가 무슨 수로 말릴 수가 없다. 그로 인해 좀 ‘잘 나간다’ 내지는 ‘돈 좀 만진다’ 싶으면 법인으로 전환하는 1인기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개인소득세는 최고세율이 45%인 반면 법인 최고세율은 24%라는 세법의 맹점을 이용한 절세전략이다. 설비 사업을 하는 한 친구가 세무대리인의 조언에 따라 법인으로 전환했는데 법인의 비용을 늘리기 위해 법인카드를 아무리 사용해도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 문제라는 것이다. 친구들 불러서 술 먹고 마누라와 놀러 다니며 아무리 용을 써도 비용을 줄이기 쉽지가 않더라는 것이다. “도박이나 마약을 하지 않은 이상 정상적으로는 비용 늘리기가 쉽지 않아” 법이 인정하는 테두리 내에서의 비용 처리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여기에서 세무대리인들의 기술이 접목된다. 세무대리인들은 대체로 거래처에서 요청하는 대로 자신의 세법 기술을 최대한 동원하여 요구조건을 맞춘다. 몇 번 거절하거나 법 핑계를 댔다가는 거래처를 놓치게 된다. 또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절세전략을 소개하기도 하여 ‘탈세상담’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 세무대리인들의 이러한 업무 관행이 연예기획사나 유명 연예인들의 세금 처리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인 법인의 경우 세금을 모르는 연예인들은 개인 비용과 법인 비용을 혼용하기 쉽고, 이에 대한 세무대리인의 정확한 업무처리가 안되면 언제나 위험한 폭탄을 안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예인과 세무대리인의 관계에서 아주 특별한 점은 소문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누가 세금을 얼마 냈다더라” 내지는 “왜 그렇게 세금 많이냈어”라는 미확인 소문이 인공위성급으로 퍼진다는 것이다. “내가 세금 문제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분은 세금 얼마 안 나오게 해 주는데”라는 소문에 따라 유능한 세무대리인과 무능한 세무대리인이 갈린다는 점이다. 자연히 무리한 방법이 동원되고 절세를 가장한 탈세가 만연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세청은 추징할 만했을 것이고 당하는 연예인들은 황당할 수도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와 해석의 차이일 것이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리라 다짐 두지만 이런 경우 대체로 성공하는 확률이 낮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면 초심과는 달리 돈을 벌게 해 준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잊는다. 그래서 세금도 아깝고 내 돈을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 반면에 자신의 사치와 향락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거드름을 피우고 싶어 한다. “승용차 타면 비행기 갖고 싶고 비행기 타면 요트 타고 싶어진다.” 인간 욕심의 끝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수십억 초호화 주택에 살면서 슈퍼카로 뽐내고 다니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만만의 콩떡이라고 한다. 언감생심 그들에게 인기는 있을망정 존경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근검절약하여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 폐지를 주워서 매년 불우이웃을 돕는 할아버지, 일생 동안 모은 재산을 유산으로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연구소에 기탁하는 자영업자 등 사회 환원과 봉사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내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생각해 보라. 인생도 행복도 비교 불가다. 유명 연예인들이 유명세와 큰돈을 벌게 해준 사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라고 낸다면, 추징당한 세금의 절반만이라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지금의 망신살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여 국세청이 연예인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차제에 국세청에 두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는 유명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에 대한 전수 세무조사를 건의한다. 이를 통해 연예인들의 수입과 비용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연예인들의 탈세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세무조사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력의 한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보다 촘촘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재수만 좋으면 피해 갈 수도 있다는 요행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연예인이나 기획사의 세무대리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을 엄격히 제정할 것을 건의한다. 사실 판단의 문제도 일부 있을 수 있고, 아직 불복에 대한 최종 결론도 기다려 봐야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세무대리인 관리 지침을 개정하여 탈세 상담이나 부실 업무처리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의 탈세와 국세청의 경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예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별이 된 연예인 여러분에게 부탁드린다. 사욕을 버리고 사회의 공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공헌’과 ‘환원’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로 삼으라. 당신들의 변화로 세금이 우리 사회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기도 하는 기적을 보고 싶다. 소시민들의 ‘한숨’을 ‘함성’으로 바꾸어 보자.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동참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공인의 자존심이 있지. 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새기자. 연예인 세금 추징 소식은 이번으로 영원히 끝장내자. 대신 인기에 버금가는 기부와 사회공헌에 모범을 보이자. 아마도 존경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