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는 기장 기술자로 머무르지 않고 사업가로 진화해야”

과거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수기로 장부를 작성하느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고객은 지극히 적었고,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는 많은 수의 고객을 관리하면서 각종 증빙을 인수받아 그 자료를 입력하느라 3월에는 법인세, 5월에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는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것도 최근에는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국세청에서는 세무사의 도움 없이 신고할 수 있는 모두채움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삼쩜삼과 같은 IT기업의 등장으로 세무사회와 갈등을 빚게 되자 환급서비스조차 국세청이 직접 나선다고 한다.

이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단순한 세금신고 목적의 장부작성은 점차 세무사의 업무영역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장부작성의 대행은 산업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를 하고 있지만 특정한 산업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래의 두 사진은 단 13년 만에 뉴욕의 교통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급격히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1904년에는 수많은 마차 사이에 단 한 대의 자동차가 있 었지만, 1917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단 하나의 마차만 남았다.

이러한 변화는 세무업계에도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일부 세무사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새로운 정체성을 정의하고 고객에게 이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객은 여전히 세무사를 ‘세금만 다루는 전문가’로 생각한다.

이런 도전은 오래 전 포드가 직면했던 상황과 닮아 있다. 당시 포드는 자동차를 설명하기 위해 ‘먹이를 먹지 않는 말’, ‘쉬지 않고 달리는 말’ 등 기존의 마차라는 고정관념에 비유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어느 순간이 되자 고객들은 더 이상 마차를 찾지 않았다. 자동차는 단기간에 마차의 점유율을 1:99에서 99:1로 뒤집어 놓았다.

세무업계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세무사가 세무 업무를 넘어 사업 전반에 편리와 이익을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세무사’는 현재 1:99 수준의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 비율은 99:1로 바뀔 것이다.

세무는 오래도록 존재할 것이다. 관광지에서 마차가 운행되고, 2G폰과 유선전화가 여전히 사용되는 것처럼, 세무업무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일부 세무사만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한적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이러한 특정 업무는 소수의 경험자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의 수요를 감당 가능하며, 대다수 세무사에게는 기회가 닿지 않는다. 경험자만 계속 경험하게 되는 이치이다.

고도의 AI 기술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전산시스템 가격의 하락과 다른 산업의 기술 발전만으로도 세무사 자리는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동시에, 국세청은 세무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한편, 기술 기업과의 분쟁은 오히려 고객들이 그들을 주목하게 하고 마케팅 효과를 더해주는 반면, 세무사에게는 변화에 저항하는 부정적 이미지만 남긴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과거 영국의 마부들이 자동차의 등장에 ‘붉은 깃발법’으로 대응한 것처럼 변화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세무사는 기장 기술자로 머무르지 않고 사업가로 진화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재정의’하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존재로 탈바꿈해야 한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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