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2억원 부당대출 적발, 은폐·축소 의혹…검찰 본사 압수수색

쇄신위, 업무프로세스 및 내부통제, 조직문화 개선 등 첫 논의

최근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들에 의해 수년간에 걸쳐 대규모 부당대출이 이뤄졌고,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되면서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졌다. 국책은행으로서 내부통제 및 임직원 윤리의식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부랴부랴 김성태 은행장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이와 함께 내놓은 조직 쇄신안이 어떻게 실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에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고 발표하자, 김성태 은행장은 다음날인 26일에서야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김 행장은 "고객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 기회로 삼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BK 쇄신 계획'에 따라 향후 모든 대출마다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영업과 심사를 분리하는 ‘승인여신 점검 조직’을 신설해 등 내부통제 쇄신에 나서고, 신속하게 감사자문단 운영, IBK쇄신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IBK 쇄신위원회 구성을 지난달 31일 완료하고, 'IBK 쇄신 계획' 실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쇄신위원회는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된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전문가 3명과 기업은행 준법감시인 및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이 내부위원으로 구성되어 IBK 쇄신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외부 위원으로는 송창영 변호사와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확정돼 쇄신 범위나 대상에 제한 없이 기업은행 업무 전반에 대한 고강도 쇄신을 전담할 계획이다.

쇄신위원회는 지난 1일 첫 회의를 열고, 기업은행의 업무프로세스, 내부통제 및 조직문화 쇄신 방향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내부자 신고제도 활성화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 채널에서 내부자 신고를 접수하는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 직원들이 소셜 컴플라이언스 플랫폼 또는 QR코드를 통해 외부 채널로 접속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없이 내부 비위 등을 준법지원부 소속 담당자에게 신고하게 했다. 이 채널로 준법지원부가 익명의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 등을 통지한다.

또한 전현직 임직원 및 외부인도 위법・부당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내부자 신고제도를 개선하고, 내부 제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제보자 보호를 강화해 자유롭게 내부・외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번 쇄신위원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쇄신 계획 실행을 위해 위원회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기로 하는 등 쇄신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월 239억5000만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부당대출 규모는 이보다 642억원이나 많은 88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도 지난 1일 IBK기업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이날 서울 중구의 기업은행 본점에서 은행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본점 외에 서울의 기업은행 일부 지역센터 및 지점, 대출담당자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부당대출은 이 은행에서 퇴직한 은행원이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7년간 은행에 남아있던 대출 심사역인 배우자를 통해 입행 동기는 물론 사모임, 거래처 관계로 친분을 쌓은 임직원 등 28명을 동원해 대규모 부당대출을 일으켰다. 전체 부당대출금 882억원 중 785억원은 이들 전현직 은행원 부부가 주축이 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15억7000만원 어치의 금품과 골프접대 등을 관련 임직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은행 측에서는 지난해 9월 이미 이 같은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상부와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한 것이 드러났다. 은행 자체조사 뒤 금품수수 관련 부서는 부당대출 관련 부서에 조사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대출 관련 부서는 문제 지점들에 대해 동시감사 원칙을 깨고 사건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분할감사를 실시했으며, 감사가 끝난 한참 뒤인 지난해 12월에야 금감원에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다. 이때 본사 인지 경위 허위 기재, 핵심 인물 A 씨를 ‘지인 A’로 표기, 공모 사실 미보고 등 의도적인 은폐 시도가 이뤄졌다. 부당대출 관련 부서 직원들이 올해 1월 부서장 지시로 271개 관련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한 행위도 발각됐다.

서민경제가 어렵고 가뜩이나 소상공인 및 기업들이 은행 문턱이 높아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4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불거진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은 이들로 하여금 심각한 무력감을 갖게 했다. 부당대출에 연루된 임직원만 수십명에 이르는 등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속한 인사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IBK 쇄신 계획'에 따른 쇄신위원회 구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업무프로세스 및 내부통제, 조직문화 개선 등을 통해 실추된 국책은행으로서의 이미지와 신뢰 회복을 위한 뼈를 깎는 쇄신(碎身)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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