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희 시인
도복희 시인

그때까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다면

울란바토르에 갈 거야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초원의 바람을 가르며

서로를 정복하는 데 열 올릴 거야

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잘 훈련된 기마병 되어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매일 밤 그 마음을 토벌해

한시라도 떨어져 살아갈 수 없도록

그렇게 길들일 거야

그래, 그때까지 우리가

서로의 이름으로 채운다면

순간순간 몽골의 아름다운 무사가 되어

너를 정복하는 데

모든 것을 걸어 볼 테야

잊는 연습부터 하는

내륙의 참한 여인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말을 타고 “초원의 바람을 가르”는 “몽골”의 풍광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너”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청춘이라면 “아름다운 무사”가 되겠다는 ‘사랑의 결기’를 넌지시 던져줍니다. 어떻게 해야만 진정한 사랑의 “정복”으로 남을까요. 시인은 시집 『몽골에 갈 거란 계획』(시인의일요일,2023)에서 남다른 상징과 날카로우나 따듯한 서정으로 독자들을 부릅니다. 내 생의 남은 버킷리스트를 위하여라도―비록 건너지 못할망정― 황량한 사막을 향해 내달려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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