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국세청장 자리는 위태롭거나 끝이 좋지 못했다. 정권별 역대 청장들의 부침을 뒤돌아보면 김영삼 정부에서 임채주 청장은 세풍사건에 연루되고, 김대중 정부에서 손영래 청장은 썬앤문 사건으로 구속 됐으며, 노무현 정부의 한상률 청장은 고문료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명박 정부의 이현동 청장은 퇴직 후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 추적 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번 윤 정권과 비슷한 탄핵 소추와 파면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박근혜 정부에서의 마지막 국세청장을 지낸 임환수 청장은 어땠을까.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던 시기 당시 임환수 국세청장은 직원들을 향해 성실납세 지원, 공평세정, 준법세정을 언급하며 투철한 주인의식과 무한한 책임감을 강조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17년)1월에 열린 전국 세뭇서장회의에서는 “방법은 화려한 말과 글이 아니라 조용한 실천”이라며 국세청의 소임을 묵묵히 완수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임 청장은 대통령 탄핵 후 세무조사 발표나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조용한 실천’을 실행했다. 당시 세정가에서는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의 실패는 곧 고위공직자들의 물갈이 태풍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 결정되며 파면이 확정됐던 `17년 3월10일 이후, 임환수 청장의 대외적인 공식 스케쥴을 따라가 보면 4월5일 카자흐스탄 국세청 차장 접견, 4월18일 상반기 서기관 승진자 임명장 수여식, 4월25일 모범납세자 국세청 홍보대사 위촉식, 4월26일 한-인도 국세청장 회의, 4월28일 국세동우회 정기총회 참석, 5월17일 한-인도네시아 국세청장 회의 등 6건뿐이었다. 해외 국세청과 접견하는 모든 행사도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해외 출장 일정은 없었다.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고, 6월28일 임환수 청장은 약 3년의 국세청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임했다. 임 청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세청을 만들어가라는 후대를 향한 당부를 잊지 않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까지는 54일을 남겨두고 있다. 6월 3일 새 대통령이 탄생하더라도 박 대통령 탄핵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 역시 인수위원회가 꾸려지지 않는다. 86조원에 달하는 2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를 겪고 있는 현재, 국세청은 무엇보다도 조용히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민께 인정받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맡은 바 업무를 수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격변의 54일, 강민수 국세청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