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원 유상증자 계획 공시 허위기재·부정거래 의혹
경영권 분쟁 중 최 회장 측 경영권 방어 향방 관심
검찰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눈길을 끈 것은 모두 고려아연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이었던 증권사라는 점이고, 이와 함께 고려아연과 사무실 6곳과 주거지 5곳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23일 오전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대비 약 2% 가량 하락했다.
23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부장 안창주)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고려아연 서울 종로구 본사 사무실과 미래에셋증권 서울 중구 본사, KB증권 사무실 등 사무실 6곳과 경영진 주거지 5곳 등 총 11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펼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며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와 부정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제출한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유상증자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 마감 열흘 전인 같은 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이 미래에셋증권 등을 조사하면서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지난 1월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으로 고려아연 경영진을 자본시장범 위반 혐의로 이첩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에는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 과정에서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으로 기재 또는 표시하는 등의 부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 이번 압수수색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매수해 소각한 후 유상증자로 상환할 계획을 세워두고도 공개매수 신고서에 고의로 이를 누락한 것인지와 이 과정이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있는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등의 지분율이 35.42%로 MBK·영풍 연합의 38.47%에 비해 약 3%포인트 뒤쳐진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30일 최윤범 회장 등이 MBK·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고려아연은 일주일만인 지난해 11월 13일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최 회장 측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