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밀고 가던 할머니가 힘없이 나뒹군다
먼저 가신 그분이 내려다보는 듯 살랑바람이 옷깃을 스치는데
이파리들이 나누는 소리 없는 소리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다
그분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할머니
물 말아 우물우물 밥을 자시다가
벽에 걸린 영정사진 그분을 흘낏 보는 할머니
온종일 기다려도 찾아오는 사람 없는 집에 누가 오셨는가
개 짖는 소리에 이파리 한 장 떨어지는 순간
일 년 치 달력 동그라미 친 날짜들이 떨어져 온 방 그득 떼굴떼굴 구르는데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계간 『시인정신』 2024년 겨울호에 발표한 졸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혼자가 됩니다.
더욱 겸손해지렵니다. 좀 더 배려하며 봉사하렵니다.
개 짖는 소리도 이파리 한 장 떨어지는 순간도 내내 아쉽긴 합니다만,
어떠신가요? 국세 가족이나 조세 관련인 모두
최고의 삶을 영위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뭇잎 하나 끄덕이지 않는 또 다른 고요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
언젠간 닥칠 우리네 운명을,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되새기며
유모차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할머니에 비유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