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영국에서 개발되었지만, 영국의 도로 상황과 법적 규제가 자동차 발전을 저해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레드 플래그 법(일명, 붉은 깃발법)’으로 알려진 증기 자동차 법이 통과되었는데, 이는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고, 자동차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걸어가도록 요구하는 규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자동차의 발전을 억제했고, 영국이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빠르게 대중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헨리 포드(Henry Ford)였습니다. 포드는 1908년에 ‘모델 T(Model T)’라는 자동차를 출시했습니다. 이 차는 ‘조립 라인’을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자동차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대중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모든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의 조립 라인 방식은 자동차 생산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크게 절감했습니다. 덕분에 모델 T는 이전까지 부유층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자동차를 중산층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자동차는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기회로 보지 못한 보수적인 영국은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요? 반면에 자동차 시장을 기회로 여기고 길을 내고 주유소 등 인프라 사업을 한 기업가들은 얼마나 큰 돈을 벌었을까요?

지금 또 한 번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전기자동차 시장과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진짜 일류는 무엇일까요? 결국 역사는 반복되고, 일류는 다시 삼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4차 산업의 발전으로 AI가 노동자를 넘어 지식인, 즉 전문가들을 대체하는 인력이 될 것이라는 두려운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닥터나우’는 원격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 앱을 통해 사용자는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기반으로 약을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은 왜 혁신이 되어 고객에게 각광받을까요? 바로 편의성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편의라는 가치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바로 받아들이고 적용한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잘 나가다가 반드시 중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캐즘(chasm)’은 혁신적인 상품이 초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등장해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갖는 시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고, 관련 회사들의 주가도 멈칫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얼리어답터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진입하기 전인데도, 이미 들어간 투자 비용이 대부분 날아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선발 주자보다 후발 주자가 시장을 선도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합니다.

세무사가 현재 시장에 맞는 변화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컨드 무버로서 먼저 변화를 시작한 조직을 배우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움직이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세무사들은 이미 변화를 겪고 있는 다른 조직의 사례를 통해 시장의 수요와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발 주자가 놓친 기회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좀 더 안정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강력하게 진화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입니다.

세무사에게도 미래를 치고 나갈 ‘생산수단’이 있습니다.

‘생산수단’이란 현시대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무사가 어떻게 하면 수입을 더 많이 늘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잘못된 질문은 결국 근본적인 답을 찾지 못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취미가 아닌 고객을 위한 것입니다. 서비스나 제품을 받는 고객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이후 수익이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의 생산수단의 능률을 올리는 해법은 결국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업으로서 일의 본질입니다.

돌도끼에서 AI로 생산수단의 변화

시대가 흐르면서 생산수단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인류의 시작을 알리는 도구, 그것은 바로 ‘돌도끼’였습니다. 짐승을 사냥하고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이 도구는, 돌도끼를 다룰 줄 아는 이들에게 생존의 유리한 고지를 안겨주었습니다. 단순한 형태였지만, 돌도끼는 생산수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습니다.

이후 인간은 땅을 소유하며 농경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경작을 통해 잉여 농산물이 발생하자 농산물을 소유한 자들이 부와 권력을 움켜쥐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계급 사회가 태동했습니다. 당시의 생산수단은 토지였습니다. 많은 땅을 가진 지주 계층이 사회를 주도하며 권력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산업 혁명이 도래하면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생산수단이 토지에서 공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는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장과 자본을 소유한 산업가 계층이 새로운 부와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산업의 중심에 서며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생산수단은 공장에서 기술과 정보로 다시 한번 변화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출현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IT 기업가들이 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며, 기술을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선망 계층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생산수단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 각 시대마다 새로운 생산수단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고, 그들이 사회적 지위를 형성해왔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닌, 인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여정이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돌도끼, 현대의 H100, 그리고 세무사의 고객정보와 컨설팅-세 가지 생산수단을 한눈에 형상화'_ChatGPT 4o [필자 제공]
‘인류 최초의 돌도끼, 현대의 H100, 그리고 세무사의 고객정보와 컨설팅-세 가지 생산수단을 한눈에 형상화'_ChatGPT 4o [필자 제공]

세무사의 생산수단, 고객 결산서

그렇다면 세무사가 미래를 이끌어갈 생산수단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사업자들을 관찰하는 데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의 행동과 요구를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대기업들은 이를 거창하게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르지만, 소규모 사업인 세무사에게는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세무사들은 이미 손익계산서나 재무자료를 통해 고객의 사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부가가치세의 흐름을 통해 단기적인 사업 분위기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산서에는 고객의 니즈와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고객의 상황과 요구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세무사는 단순한 세무 대행의 경계를 넘어 고객의 사업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활용하는 세무사가 미래의 생산수단을 지닌 주체가 될 것입니다.

세무사는 사업자들의 필요를 미리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귀찮게 여겨졌던 상담과 지원이, 이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품고 있습니다.

또한, 세무사의 역할을 기존의 틀에서 확장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업이 끝난 후 재무 정리를 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세무사의 주요 업무였다면, 이제는 세무사의 필요를 사업의 초반으로, 그리고 전반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무사는 고객의 성공을 미리 지원하고, 비즈니스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김완일의 message

세무사의 필요를 넓히는 것이 곧 사업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며, 고객의 만족도와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무사는 새로운 생산수단을 확보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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