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제공]
[국세청 제공]

“어렵고 무거운 건 이제 그만” “세금 이야기도 쉽고 재미있게∼” 국세청이 들려주는 상속·증여세 이야기 ‘상속·증여 토크콘서트’ “이게 바로 상증 EASY” 국세청의 홍보 포스트의 내용이다. 1부에서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절세 토크. 2부는 국세청과 함께하는 패널 토크. 마지막 3부에서는 1:1 상담 토크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공지했다. 참으로 훌륭하다. 이런 것이 업무혁신이다. 진정 납세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디가 가려운지, 찾아내어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납세자를 섬기는 국세행정이다. 참가 신청이 조기에 마감된 것만으로도 국민의 관심도를 알만하다. 이렇게 납세자 국민의 열기가 달아오른 것은 지금까지 국세청이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납세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갈증을 느꼈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정치 지형이 매우 혼란한 작금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국세행정을 보는 것만도 흡족한 일이다. 국세청의 흔들림 없는 국세행정 시스템과 업무혁신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이번에 기획된 ‘토크콘서트’의 목적하는 바와 의미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국세행정의 홍보가 목적일까? 세법 지식을 알리는 것이 의도 하는 바일까? 아니면 국민의 세금 공포를 줄여주기 위한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특정인의 요청에 의한 일회성 이벤트인가? 아마도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이를 통해 국세행정의 신뢰도와 공정과세 노력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담았으리라. 그 목적과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든 기획 자체만으로도 신선함을 준다. 그래서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다만 모든 국민이 참여하면 금상첨화 아닐까. 인사혁신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이 국세청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국세청의 적극 행정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세정 구현’이 74.4%로 가장 많은 응답을 했고 그다음으로 최상의 납세서비스 제공이 64.1%로 높게 나왔다. 국세청의 존재 이유인 국가재정 조달 기능이 이제 후 순위로 밀림을 알 수 있다. 국민 정서는 “국세행정이 공정하지 않다”와 “납세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아직 우세하다는 증명인 셈이다. 그래서 국민의 세금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확대돼야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당위성을 제공한다. 국세청이 기획한 ‘상속·증여 토크콘서트’가 평가받는 까닭이다. 자체적인 소규모 콘서트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연유와 사연이야 차고 넘치겠지만, 보다 홍보 효과가 큰 방송을 이용한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통 큰 토크를 제안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전국의 세무서로 확대하는 가성비 높은 방법이라도 찾아보자는 주문이다.

우려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다. ‘국세청 홍보용 PT’ 아닐까? 국세청이 홍보용 포스터를 보면 분명 새소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 날아가는 소리 몇 마디하고 “자세한 것은 전문 세무 대리인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라”는 안내멘트로 마감할 요량이면 안 하느니 못하다. 왜냐하면 세금은 태생적으로 어렵다. 재미있기도 힘들다. 나아가 정확해야 한다. 한 발만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금 상담은 재미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궁금한 납세자가 많고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정확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진정 납세자들이 바라는 핵심일 것이다. 국민 공통의 궁금증을 표본화하면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대체할 수 있어 가성비도 높아질 것이다.

국세청이 이런 업무혁신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이 줄 서 있다. 우선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 토크를 위한 진행자에서부터 전문가 섭외 그리고 담당 부서에서 누가 얼굴마담이 될 것인가 등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이 이런 대 납세자 토크 상담을 기획한 것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업무혁신도 없었기 때문에 ‘새소리’라도 좋다. 납세자를 대접하는 모양새만이라도 갖추어 달라는 해묵은 소망이다.

그래도 아쉬워서 “이왕 하는 거 좀 더 쓰시지”이다. 국가의 공영방송은 이럴 때 아무 도움도 안 되나. 민영방송들이야 영리가 목적이니 강요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국민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주말 편성을 보면 건강 문제 특히 성인병이나 노화에 따른 건강관리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식생활 환경의 변화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에 더하여 행복 추구에 관심이 높은 시청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리라. 세금에 대한 관심도가 건강보다야(죽고 사는 문제) 덜하겠지만 두세 번째는 되지 않을까? 한 달 내내 건강을 소재로 의사나 트레이너들이 나오면 한 번 정도는 세금 상담도 해주면 프로그램의 인기가 더 올라갈 텐데. 공영방송도 국세행정도 모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국민이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다. 방송만큼 전달력이나 파급효과를 기대할 다른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다. 기획 의도에 비해 효과가 다소 아쉽지 않을까? 불편한 심기가 없지 않지만, 소규모 토크콘서트가 한계라면 극복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고,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궁리해야 한다.

큐알코드로 참가 신청을 받아서 한다면 참석하지 못하는 납세자는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궁금해 죽을 지경인데 큐알코드인지 뭔지 하라면 겁부터 나는 노인들은 서럽지 않을까? 방송을 통해 현장에서 전화도 좋고 카톡도 좋고 생생하게 상담하는 모양새가 훨씬 믿음이 갈 것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매달 한 번씩이라도 방영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방송의 역할 중에 최고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국세청은 다음번에는 좀 더 진화된 토크를 준비해 주기를 부탁한다. 매년 납세자의 날에 국세청장과 폼잡고 사진 찍는 유명 연예인들이 총출동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리얼로 상담해 주는 생방송을 기다려 본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 녘에 날개를 편다.” 헤겔의 ‘법 철학’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신화를 제거하고 보면 당연한 말이다. 올빼미는 야행성이고 해가 져야 먹이 활동을 하는 자연스러운 순환 법칙일 뿐이다. 그러나 신화에서 미네르바가 지혜의 여신으로 등장하고 미네르바 곁에는 항상 올빼미가 따라다니는 설정으로 올빼미가 지혜로 형상화됐다. 스스로 자신을 ‘미네르바 올빼미’라고 자처하는 김호용 세무사. 오는 5월29일 국세청이 주관하는 ‘상속·증여 토크콘서트’의 메인 진행자다. 지혜에 대한 평가는 신의 영역인 관계로 접어두자. 세법 지식에 관해서는 이미 인정을 받는 공무원 수험생들의 탤런트이다. 세무공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소위 ‘일타강사’로 통할 정도다. 아마도 그런 유명세가 국세청의 토크콘서트에 픽업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모처럼 마련된 토크콘서트이다. 신청자가 수강생들로 채워지고 일반 납세자에게는 멀게 느껴진다면 취지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의 대강당이 특정인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면 크게 질타를 받을 것이다. 기획 의도 마저 의심받는 사태까지는 가지 말았으면 싶다. 그래서 전국의 세무관서 공통 행사로 확대하거나 더 많은 납세자가 참여 가능한 방법을 주문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참신한 업무혁신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