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택 시인
서영택 시인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준다 걷는 뒷모습이 아들을 닮았다 작고 귀여운 발걸음을 따라간다 횡단보도에서 손자가 눈에서 사라지면 갑자기 동공이 커진다 아이도 엄마가 데려다주는 것을 바라지만 맞벌이하는 요즘 주로 보모 선생이 돌본다 채송화를 볼 때마다 손자 생각이 난다

   산비탈에 움막을 짓고 산에서 태어나서 산에서 죽는 쿠르드족,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호적도 없다 품삯을 받고 올리브나무 농사를 지으면서 산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40년을 기다려야 수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튀르키예에서는 할아버지 나무라고 한다

   긴 세월을 기다려줘야 하는 나무
   좋은 할아버지 덕에 손자는 큰 혜택을 본다

   올리브나무는 황금빛 귀한 열매도
   시원한 그늘도 푸른 하늘도 다 내어 준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에서 머물다가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 유무를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손자”에의 은유로 시인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짚어줍니다. 『두레문학』 2025년 상반기 호에 함께 발표된 시, “붓뱅마을을 가다” 또한 슬프지만 환하게 읽습니다. 킬링필드에 묻힌 처절한 역사와 “할아버지 나무”를 일깨우는, 시인의 ‘우주적 관점’에 깊이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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