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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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에 눈 뜨고 활동을 시작하면 세금과 마주할 정도로 세금이 곧 생활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실감 나는 현실이다. 어떤 이는 세금 때문에 지옥에서 살고 있고 다른 이는 천당을 경험하기도 한다. 세금이 너무 많아서 짜증 나는 사람도 있고, 그 세금 덕분에 끼니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세금으로 사람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지옥이라도 좋으니 세금 많이 내고 살아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대체로 천당에서 산다고 보면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생이 지옥이지 돈 많고 풍족한 지옥은 없는 법이다. 지옥은 뭐라도 모자라지 남는 법은 없다. 세금이 많다고 짜증을 내는 사람은 돈 자랑이요, 행복의 비명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세금을 얼마나 부담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공기의 중요함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접세의 숨은 실력이다. 세금이 곧 삶이라는 의미다. 세금이 우리 인생인 것이다. 아마도 죽고 사는 것과 의·식·주 다음으로는 세금이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대선주자들이 연일 표심을 얻기 위한 대선 행보에 분주하다.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거나 산불 피해 지역을 찾기도 하고 소상공인들과 만나기도 하는 등 나름 표심을 자극할 스케줄들을 짜내고 있다. 그 모양새를 보자니 “주변에 참모가 없나” 싶다. 역사적으로 큰일을 도모하는 인물들은 소위 ‘책사’라고 하는 머리 쓰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작금의 대선주자들 주변에서 ‘책사’인 척 이런저런 훈수를 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얼치기로 보인다. 십중팔구는 대선 이후 한자리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척하는 정치꾼들이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여 지혜를 짜내어 충언하는 ‘진정한 책사’는 보이지 않는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진정한 책사라면 나라의 살림살이를 먼저 챙긴 후 이를 토대로 외교, 국방, 교육, 문화 등 각 방면의 후속 정책들을 맞추어나가서 최종적으로 퍼즐을 완성 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범인들의 가정에서도 매월 수입과 지출을 고려한다. 수입 내에서 지출을 맞추고 여분을 저축한다. 부득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빚을 지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 수입과 고정지출에 대한 계획은 세우기 마련이다. 나라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세금의 규모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출계획을 짜야한다. 세입 내 세출이라고도 하고 건전재정 기조라는 의미로 읽힌다. 세입 규모를 정해야 쓸 수 있는 용처별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세금 정책이 모든 정책에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라의 살림살이는 세금이라는 나무가 튼실할수록 가지를 많이 벌고 결실도 많아지는 법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해 복지, 국방, 교육, 사회, 문화, 치안, 분야별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세금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가 핵심이다.

대권을 향해 뛰는 주자들의 세금 정책에 대한 철학이 의심될 정도다. 간헐적으로 내놓는 세금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치 퍼즐 조각만 있고 맞추어야 할 밑그림이 없는 것 같다. 세금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세금 정책을 어떻게 펴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세금이 생활이고 삶인 시대에 세금 정책만으로도 당선이 좌우될 수도 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내팽개치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은 ‘여의도 연구소’ 야당은 ‘민주연구원’이라는 당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지엽적이고 별로 가치도 없는 문제들에 매달려있는 느낌이다. 여의도 연구소는 탄핵정국을 벗어나기에 안간힘이다. 민주연구원은 확정된 대선후보의 법적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국민은 누기 덜 무능한가. 즉,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최악을 피했다는데 안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권 5년의 세금 정책에 대한 로드맵이 지금쯤은 윤곽이 잡혀야 한다. 최소한 각 당에서 건전재정과 세입 내 세출을 위한 연구 준비라도 해야한다. 세금 정책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각 당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KDI, 조세·재정연구원, 대학교수, 경제단체, 시민단체, 노동계를 총망라한 TF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소득 4만불 시대에 어울리는 세금 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다. 제대로 된 미래 비전이다. 예산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없이 무슨 사업을 하느니 어디에 얼마를 지원한다는 소리는 무조건 ‘×소리’라고 보면 틀림없다. 사업에 대한 공약을 내놓기 전에 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먼저 말해야 실행 의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의 세금 정책을 보고 선택하자. 첫째 세금 정책의 선진화 방안, 둘째 늘어나는 재정 규모에 맞는 증세 방안, 셋째 감세와 지원 세제 운용 방안 등만이라도 따져보자. 집권원년부터 5년 차까지 세금 정책 로드맵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쉬운데 어느 후보도 문제에 답을 안 하니 선택이 더욱 어렵게 됐다.

대선에 임하는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복지 예산의 증가에 따른 조세부담률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이고, 간접세와 직접세의 비중은 어느 선이 균형점인지, 세 부담이 국민소득의 증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를 어떻게 운용하여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인가?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은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상속·증여세는? 관세전쟁에는 어떤 무기가 있는지 어떻게 싸워야 승리할 수 있는지? 세부 항목별로 따져서 최적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열려있는지, 각 당 후보자의 사고가 경색되어 있지는 않는지, 확실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해도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뭔가 열심히 하는구나, 그것도 아주 민주적이고 공평무사하여 참으로 든든하다는 인식을 준다면 누구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의 삶에 있어 매사가 선택이지만 그 기준은 첫째가 비전이라면 둘째는 보이는 것이고 셋째는 이미지일 것이다.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철학의 교집합이 크다는 것이고, 이는 지혜의 同順相應(동순상응)을 실감케 한다. 생각의 공유는 너무 어려운 숙제이고 선택은 매 순간 강요된다. 선택의 난해함에 비해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이 투표이고, 최고 지도자의 선택도 그만큼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 간접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그렇게 쉽게 한 선택의 총체가 역사라는 것이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세금 정책 하나만으로도 선택의 기준이 확실해지는 진실게임을 기다리는 것이 국민의 심정일 터. 대통령의 선택에 세금만큼 확실한 기준이 있을까 싶다. 세금 정책의 로드맵을 보고 싶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후보는 기어코 없나. 나라의 장래에 대한 불안은 오롯이 국민 몫이고, 우리는 이제 걱정을 담은 선택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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