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시인
김황흠 시인

대목인 남평 오일장에 모처럼 사람들이 붐빈다
 

모퉁이 튀밥 기계 주인이

사람들을 불러 놓고 한참 불을 지피더니

- 다들 귀 막으시오, 소리친다
 

열에 달아오른 입구를 꼬챙이로 잡아당기자

펑!
 

뜨거운 김 오르는 따끈따끈한 튀밥
 

추스르는 튀밥이 소리친다

무든지 다 튀겨드려요
 

처마에 달아놓은 강냉이 쌀벌레 먹거나 묵은쌀

오래돼서 딱딱하게 굳은 떡도 다 튀겨드링께 가져오시오
 

목청껏 소리치지만 둘러앉은 노인네들 두엇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른

동남아 젊은 색시가 한마디 거든다
 

아재, 메마른 가심도 좀 튀겨주실라요?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글로 쓰는 그림의 시’를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 좋습니다. 사랑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경이 나를 고요히 품어주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현장감 있게, 시골 장터에서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 다문화가정 “색시”의 고향에의 ‘그리움’과 함께요. 농부 시인 김황흠이 입체적으로 터치한 이 작품은, 구수한 “튀밥”처럼 가난한 옛 추억에 머물도록 만듭니다. 『두레문학』 2025년 상반기 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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