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여당이 패했다고 난리법석들이다.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는 여당이 압승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완전히 민심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왜 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천과정에서의 잡음, 어려운 경제사정, 대통령의 불통 등 전문가들의 분석이 그럴듯하게 전파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무엇보다 여당의 지지층이었던 보수층들의 투표장 이탈과 변심 등이 가장 큰 이유라는 정치적 분석에 좀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보수층은 누구이며, 왜 이들은 등을 돌렸을까. 보통 밥술이나 뜨는 사람들이 보수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누구인가? 아마도 대기업 종사자들, 중소기업이나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그리고 전문직자격사 등이 해당할 것이다. 또 100만 공직자들 중에도 보수층이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왜 이들이 여당으로부터 돌아섰을까.

기자(記者)가 생각하는 여당의 패인은 정치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들이 말하는 분석은 내 귀에는 모두 정치 공학적으로 들린다. 솔직히 한 두 사람의 공천 잘못 때문에 이처럼 쉽게 보수를 욕보일 지지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는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본다. 더민주당이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치며 이긴 것처럼 말이다. 물론 더민주당이 경제정책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표를 많이 얻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당의 패인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거기엔 ‘세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고 감히 진단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복지공약을 내세웠다. 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의 세금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그 재원을 마련하기위해 지하경제양성화를 외쳤다. 결과는 세무조사 ‘칼’의 난무라는 상황을 만들었다. 납세자들은 여기저기서 죽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목표세수(예산)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자 세율을 인상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었다. 하지만 정부는 ‘세율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편법을 사용했다. 비과세감면을 줄였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를 바꾸면서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늘었다. 그리고 서민증세로 불리는 담배세도 올렸다. 나아가 국세청을 동원해 ‘사후검증’이라는 칼까지 마구 휘둘렀다. 아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최근 몇 해에 걸쳐 그동안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세금을 더 냈어야 했을 것이다. 세금 실무에 해박한 어떤 세무사는 “심지어 간이과세자까지 쥐어짰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부의 시각에서는 과세정상화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탈법이라하더라도 그동안 내지 않던 돈을 갑자기 내라고 한다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즉 보수층들의 민심이반은 내 곳간에서 추가로 실려나가는 세금의 크기만큼 뭉텅뭉텅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세금을 걷는데 있어서의 금언이 있다. ‘됫박론’이다. 중국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들었다. 세금을 거두는 것은 네모난 됫박속의 쌀을 퍼 낼 때 둥근 바가지로 퍼내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둥근 바가지로 네모난 됫박의 쌀을 퍼내게 되면 네 군데의 가장자리에 있는 쌀은 됫박을 깨뜨리지 않고는 결코 퍼낼 수 없다. 즉 세금을 거두는데도 여지를 남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세금정책은 복지를 한답시고,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네 군데 가장자리의 쌀을 너무 세게 박박 긁어댔다. 됫박엔 금이 갔고, 총선의 패배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긁어모은 그 돈이 서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가 서민들의 삶이 나아졌고, 또 청년들의 실업률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없다. 더욱이 국가재정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국가부채가 늘었다는 말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었다.

기자는 왠지 4.13총선 이야기가 나오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해왔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정책이 자꾸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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