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연둣빛
새잎을 출력하네
내 젊은 날의 분홍빛 하늘
더 깊은 숲을 위하여
젊은 결기로 방대한 경전을
세법처럼 읽었지
하얀 밤을 새워가며
어둠이 입력한 전표를 해독하며
눈을 뜬 빨간 아침
한 잔 소주잔에
힘들었던 청춘의
대차대조표는 언제나 흔들리고
내 삶의 재무제표는
별빛 둥지 국세청을 떠나
지금, 숫자들만 아련하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인생이란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주판알을 튕기며 ‘세표’를 내던 시절이 “아련”합니다. “청춘”을 받치며 “국세청”이란 “재무제표”를 위해 결의를 다지던 그때 그 시절, 이젠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요. 50년, 100년 후엔 어찌 달라질까요. ‘쳇지피티(ChatGPT)’에게 물어보는 요즘입니다. 시란 이토록, 이전호 시인에게 애잔하게 프린트되는 “출력”처럼, 늘 우리 국세청은 가까이에 머뭅니다. 그걸 어떻게 발견하여 시로써 승화시키느냐가 시의 초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