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종합소득세는 우리 세제에서 가장 중요한 세목이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일반화된 세금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납세자이다. 납세자 누구나 최고로 쉽게 안전하고 편리하게 신고납부 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당연한 바람이다. 자신의 소득에 알맞게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금을 내고 싶고, 그만큼의 자부심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러한 납세자의 여망을 알기에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신고에 대비해 성실신고 사전안내 대상자 119만 명에게 ‘신고 시 도움이 되는 사항 안내’를 모바일로 전송했다. 국세청은 개인별 성실신고 사전 안내 내용은 홈택스・손택스에 접속해 ‘신고도움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도움 서비스’는 모든 납세자에게 성실신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유형의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무대리인도 수임한 납세자의 신고 도움 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 신고 편의를 최대한 지원한다.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업무에 임하는 국세청의 노력과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성실신고가 최고의 절세입니다”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던지는 캠페인에서도 이제 종합소득세가 노쇠하였고, 새로운 피의 수혈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합소득세의 근원인 신고납부제를 흔드는 원흉은 원천징수라는 괴물이다. 원천징수를 폐지하면 인력과 비용이 절감되는 등 장점이 수없이 많다. 이에비해 심각한 부작용은 찾을 수 없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국민의 세무사’ ‘삼쩜삼’등 민간 세무 플랫폼들은 철 만난 듯 경쟁이고 국세청도 환급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 모든 불편함과 혼란의 밑바닥에 원천징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돈이 있는 곳에 꾼들이 꼬이기 마련이고, 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꼼수와 불법이 판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도 종합소득세 환급예상액이 1조70억원이라 한다. 환급을 받아야 할 신고 대상자는 천만 명이 넘는다. ‘돈 놓고 돈 먹기’ 경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당연히 납세자들의 관심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원천징수 당한 세금을 종합소득세 신고 때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던 납세자들이 ‘삼쩜삼’과 같은 세금 환급플랫폼의 영향으로 종합소득세 환급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제 환급은 돈 되는 장사이고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영향에 힘입어 삼쩜삼 외에도 토스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개시했고 국세청에서는 ‘원클릭’ 서비스를 개통해 수수료 없이 무료로 환급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세무사회에서도 ‘국민의 세무사’ 앱을 개통했다.

5월 한 달 세정가의 번잡과 혼란을 보면서 종합소득세가 이제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시대가 온 것을 체감한다. 솔직히 종합소득세는 납세자의 희생을 먹고 자라왔다. 종합소득세는 연간 모든 종류의 소득을 합하여 비용을 제외한 순수소득에 정해진 세율의 세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신고납부제도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는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하는 것이 기본 덕목이다. 원천징수라는 국가권력에 의한 강제가 도입되면서 제도의 근본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납세자의 과다한 희생이 전제된 것이다. 오로지 국가의 재정 편의와 세수 일실을 방지한다는 행정 편의적 사고에 의해 도입된 무도한 권력의 ‘똥’이라는 의견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원천징수를 생각하면 60년대의 보릿고개가 연상된다.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겨우내 양식을 아껴야 했다. 국가 예산이 부족하고 살림살이가 공무원 인건비 등 경직성경비의 조달조차 힘들던 시절 연중 내 내 일정 수준의 세금이 국고에 채워지게 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나라의 살림살이가 가난을 벗어난 지도 오래다. 선진국에 맞는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한다. 5월에 들어올 세금을 미리 받아내야 할 이유는 크게 줄었다. 더 큰 근원적인 이유는 ‘약자와의 동행’이다. 보이지 않는 복지가 참된 복지라면 세금 제도의 개선만큼 효과가 큰 것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몰라서 찾지 못하고, 하루 삼시 끼니 해결도 어려운 불쌍한 노동자들이 찾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에 헌납한 ‘피’가 얼마나 있었을까? 세법을 공부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몰상식적인 허점을 발견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벼룩의 간’에나 비견될 그 돈을 빨아먹겠다고 경쟁이다.

소득의 종류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고 노동의 유형도 탈피가 선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월급의 개념은 점차 퇴색되고 주급이나 일급의 노동 단위와 임금단위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시대조류라 할 정도다. 대체로 복지수준이 높은 나라들은 주급이나 시간개념으로 임금을 계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본시장의 변화 속도는 인공위성의 속도를 능가할 정도이며, 지폐가 사라지는 세상이 눈앞이고, 코인 시장에 대한 과세 방법을 찾기도 전에 이미 저물고, 또 어떤 새로운 자본재가 생겨날지도 알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에서 현대인들은 방황하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것을 전제로 원천징수제도를 폐지하면 신고 안내에 더 많은 행정력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체납도 다소간 늘어날 수 있을 것이고 세수가 5월에 집중되는 단점도 예상된다. 이 모든 가치를 합하여도 납세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크게 부족하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과다하게 원천징수하여 내가 돌려받아야 할 돈을 잃어버린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세금 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본분 일터인데 세금을 떼먹다니 이 무슨 황당함인가? 그나마 최근에 와서야 국세청이 선제적으로 환급금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제도의 근본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환경이 변화고 세태가 바뀌었다. 세법도 바뀌어야 한다. 부분적인 보완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롭게 설계하자. 솔직히 지금의 세법은 너무나 너덜너덜하다. 오랜 세월 세상의 변화에 맞추느라 너무 부분적으로 보완했고 근본을 흔드는 예외가 너무나 많았던 탓이다. 그 근본적인 틀도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의 잔재가 너무 남아있다. 특히 세법에서 예외 규정이나 단서 조항은 ‘누더기 세법’의 원인이 된다. 換骨脫胎(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곰삭은 지 오래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면 모두가 부질없는 헛꿈이 인생임을 깨닫게 된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다시 目睹(목도)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누더기를 넘어 넝마 수준인 세법을 새롭게 설계하고 새 비단으로 재단하는 정부를 희망한다. 지금을 포함하면서 미래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면 최고다. 종합소득세 하나로도 전 국민의 몰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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