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국세청은 과세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였다. 개정안의 핵심은 비상장주식의 시가 평가 시 감정평가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그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가 허용되었으나, 개정안은 그 적용 대상을 사실상 모든 비상장법인으로 확대하였다. 즉, 향후에는 법인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비상장주식 평가 시 해당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개정안의 부칙에 있다. 부칙에 따르면 개정안은 2025년 6월 11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①상속 또는 증여에 대한 경우뿐만 아니라 ② 이미 상속세 또는 증여세 신고가 완료된 건이라도 결정기한 이전인 경우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소급 적용이 가능한 배경은, 상속세와 증여세가 국세청의 결정에 의하여 확정되는 세목이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과세표준 신고기한부터 9개월 이내, 증여세는 6개월 이내에 과세관청의 결정에 따라 확정된다. 이 점을 이용해 국세청은 시행일 이전의 상속·증여 거래에 대해서도 소급적으로 감정평가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으로 납세자에게 심각한 혼란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신고기한이 경과한 이후에도 결정기한이 남아 있다면 새로운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미 기준시가로 신고를 마친 납세자에게도 과거 시점의 거래에 대해 감정평가를 강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예측 가능성과 신뢰보호 원칙을 중대하게 침해한다.
또한 이러한 개정안은 단순한 내부 업무지침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과세기준의 도입이며, 소급 적용은 조세법의 대원칙인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세청이 사무처리규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실질적 입법에 가까운 효력을 행사하면서도, 더 나아가 이를 과거로까지 적용하려는 시도는 위헌 내지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사무처리규정은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이므로 외형상 부칙의 소급 적용은 국세청의 재량 범위 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에 대하여 소득세법 시행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인정한 바 있으며, 헌법재판소 또한 행정규칙의 사실상 법규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법리 아래에서는, 개정된 사무처리규정을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소급 적용하는 행위가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자 신뢰보호 위반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비주거용 부동산 등에 대한 감정평가 소급 적용과 비상장법인의 부동산 감정평가 확대는 구조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전자는 개별 자산에 대한 가액 산정의 문제로 기존에도 일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였던 반면, 후자는 비상장주식이라는 법인 전체의 가치 평가에 관한 사안으로, 그 감정가액이 순자산가치, 지분율, 주당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본 개정안이 적용되면 50%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일반 비상장법인의 평가를 가정했을 때 평가액이 20% 이상 증액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절차상의 불편을 넘어 납세자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자는 논의와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 필요성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본 개정안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로 비춰질 수 있다. 과세 형평이라는 명분 아래 과세표준을 일방적으로 상향시키는 방식은, 정책의 일관성과 행정의 신뢰성에도 지대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겉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낮춰준다고 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과세표준을 사실상 상향시키는 등의 방식을 취하는 등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로까지 비춰질 오해의 소지가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고 더 나아가 부칙을 통해 결정기한을 빌미로 한 사실상의 소급 적용을 허용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편의주의를 넘어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기에 개정안에 대한 시행 여부는 물론 부칙 조항의 수정을 포함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강우석 회계사 프로필]
△ 공인회계사, 세무사(세무사 시험 합격)
△ 안세회계법인 송도지점 대표
△ 기업의별 자문위원
△ 서울지방국세청 국선대리인
△ 인천광역시 용역심의위원회 위원
△ 인천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위원
△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운영심사위원회 위원
△ 연수구청 지방세 심의위원
△ 연수구청 결산검사 위원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감사
△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마리스텔라 운영위원
△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운영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