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갖고 제21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등 곧바로 대통령실 주요 참모 등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장 등 국세청 고위직에 인사 변화 여부에도 주목된다. 특히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인 만큼 국세청 고위직에도 ‘호남 출신’ 인사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세청 고위직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정권별로 ‘출신 지역’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5일 세정일보가 역대 정부의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40여명의 프로필을 살펴봤더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TK(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 출신자의 비중은 50%에 육박했고, 호남 지역 출신 비중은 20.5%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면서 영남 비중은 줄고 호남 비중은 늘어 각각 34.1%로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후 정권이 교체되며 다시 윤석열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의 설 자리는 작아져 영남 비중 35.7%, 호남 비중 26.2%로 줄어들었다.

이번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국세청 고위직 인사 구도에도 호남 출신들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당시 조사국장이었던 임경구 국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국세청 조사국장 자리는 차기 국세청장직으로 이어지는 최고 요직이었기 때문에 TK 출신인 임경구 조사국장의 사퇴는 문 정부의 ‘TK출신’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문 정부 내내 국세청 고공단 가급(1급) 승진자 명단에는 ‘TK’ 출신은 철저히 배제됐다. 문 정부 임기 중에 고공단 가급으로 승진한 TK출신은 김창기 당시 중부청장(경북 봉화)이 유일했다. 물론, 그마저도 반년 만에 부산청장으로 전보됐으며, 또 반년 뒤 퇴직수순을 밟으며 한 곳에서 1년을 채우지 못했다(이후 김창기 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세청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는 ‘호남 출신’ 비중을 점차 늘려갔다. 차기 국세청장으로 이동하는 최고 요직인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국세청 조사국장에 인사 발표 시마다 차례로 ‘호남 출신’을 앉히면서다.

첫 고공단 가급 인사에서 차기 국세청장직으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에 호남 출신인 김희철 광주청장(전남 영암)을 시작으로, 국세청 차장에 이은항 광주청장(전남 광양), 국세청 조사국장에 김명준 국장(전북 부안) 등이 임명됐다. 특히, 조사국장에 호남인이 임명된 것은 `03년 김대중 정권의 이주석 조사국장 이후 15년 만의 일이었다. 김명준 조사국장은 이후 서울청장까지 지냈다. 또한 김명준 조사국장의 후임으로 또다시 호남 출신인 이준오 국장(전북 고창)이 임명되는 등 ‘호남 시대’가 계속됐다.

이준오 국장의 경우, 본청 법인납세국장에서 반년 만에 조사국장으로 발탁됐으며, 또다시 반년 만에 1급(중부국세청장)으로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이 외에도 전북 고창 출신의 문희철 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전남 장흥 출신의 김재철 국장이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됐다. 김재철 국장의 경우 세무대학을 졸업한 비고시 출신으로 고공단 가급까지 고속 승진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재철 국장은 국세청 대변인 시절인 `19년 11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으며, 1년도 되지 않은 `20년 9월 고공단 승진과 함께 서울청 조사3국장으로 이동했다. 또 1년이 되기 전인 `21년 7월 고공단 가급 승진과 함께 중부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됐다. 부이사관 승진부터 고공단 가급 승진까지 약 1년 8개월이 소요됐다.

현재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내 호남 출신은 최재봉 국세청 차장(71년, 전북 익산, 남성고, 고려대, 행시39회), 김국현 인천청장(69년, 전남 여수, 대전고, 서울대, 행시40회), 양동훈 대전청장(67년, 전남 강진, 환일고, 고려대, 행시41회), 박광종 광주청장(67년, 전남 광산, 살레시오고, 세대5기) 등이 있다.

본청에는 김재웅 국세청 기획조정관(69년, 전남 나주, 대일고, 한양대, 행시42회), 강성팔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69년, 전남 신안, 마리아회고, 서울대, 행시42회), 정용대 국세청 복지세정관리단장(68년, 전남 화순, 명석고, 서울대, 행시41회), 김지훈 국세청 감사관(71년, 전북 김제, 영생고, 연세대, 행시41회)이, 지방청에는 최영준 중부청 성실납세지원국장(68년, 전북 순창, 동신고, 연세대, 행시44회), 윤성호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70년, 전북 군산, 경기고, 서울대, 사시44회) 등이 고공단이다.

한편, 정치권 및 세정가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서 호남출신을 곧바로 국세청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인사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어떤 인물이 민생과 최접점에 있는 국세청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세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조직안정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올 연말까지는 현 강민수 청장의 유임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고 분석하고 있어 강 청장의 유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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