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주문한 사이프러스 묘목이 도착했다
반갑게 박스를 받아든 순간
엉아!
우리는 식물이에요
오늘 안으로 도착하게 해주세요
안 그러면 우리 목말라 쓰러져요
박스 표면에 붙은 간곡한 글귀
조심조심 포장을 풀고
어린것들에게 물부터 먹이는데
시들했던 일상에 화색이 돌며
자꾸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이 시에서처럼 시는 늘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시로써 잡아내어 쓰느냐가 문제지요. 누구나 시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핍박받아온 역사가, 희로애락인 한민족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시 자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끈질기게 피워내어 세계 온누리 곳곳에 피워 낸 K-문화가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생명에의 외경’을 이 시에서 맛봅니다. 지구별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배려하는 습관을 생활화하여야겠습니다. 계간 『시인정신』 2025년 봄호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