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에 따른 일할 준비가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일할 비서진의 진용이 갖춰졌고 내각을 준비 중이다. 인사 검정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완료하자면 이달 말까지도 빠듯한 일정으로 보인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선이 끝나야 차관급과 외청장들의 인사가 단행되는 것이 기초적인 순서다. 다만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은 권력기관이라는 이유로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차관급 인사 가운데는 좀 더 신중한 인선을 요구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권교체기의 혼란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도 예외일 수 없다. 시스템으로 루틴하게 돌아가는 업무 외에는 손대지 않는 분위기다. 즉, 영혼을 담은 전력투구해야 할 업무가 방향을 잃고 있음이다. 저마다 어떤 분이 청장으로 올지 점쳐보기도 하고, 내부에서 승진하는 것이 순리라는 부류와 혁신을 위해서는 외부 수혈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차기 국세청장의 요건이라고 딱 잘라 말할 기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인물이 차기 국세청장으로 좋은지 ‘희망 사항’ 정도면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국세공무원들과 납세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다. 우선 국세청은 개청 이래 내부적인 개혁과 혁신 드라이브를 잠시도 늦춘 적이 없다. 그 결과 국세행정 개혁 과제는 소위 ‘하명수사’라는 거대한 산을 여하히 넘느냐가 최대의 과제이다. 그다음은 ‘국세청법’의 제정이다. 국세청장의 임기가 보장되고 조직 구성원들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직업공무원의 정도를 걷는 것이다. 세무조사의 칼에서 국세청의 힘이 나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칼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여 권력자의 구미에 맞춘 ‘기업사냥’을 철저히 배격하기 위해서는 조사국에서 ‘하명수사’ 전담 조직 자체를 없애는 것이 옳다. ‘국세청법’의 제정이 중요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국세청혁신의 최대 아이콘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세행정 개혁의 과제는 ‘섬김’이다. 권력기관이라는 허명에 압도되어 납세자 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납세자의 불편을 “내 알 바 아니요”로 일관한다면 국세청의 미래는 암울하다. 국세청의 특징이라 할 수도 있는 이상한 문화는 민원 부서와 조사국의 업무 자세가 판이함이다. 조사국 직원들은 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탈세라는 범죄행위를 가려내는 업무여서보다 엄격하고 냉철해야 함은 이해한다. 업무의 특성에서 기인한 특수성이라 설명하지만 ‘섬김’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납세자를 민원인이 아닌 주인으로 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납세자가 불편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쳐야한다. 이것이 새로운 국세청장에게 바라는 희망 사항이 아닐까? ‘하명수사’의 폐지, 국세청법 제정, ‘섬김의 문화’ 정착 정도가 마지막 남은 국세행정 혁신의 퍼즐일 것이다.
국세청장의 인물론을 따지자면 알파와 베타가 너무 많아 확실한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역시 ‘희망사항’일 수밖에 없다. 현직에서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의견을 내는 쪽에선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1급, 2급 간부들 가운데서 점치는 분위기다. 외부 수혈이 혁신의 아이콘과 부합한다는 생각을 가진 직원들은, 청장을 못하고 아쉽게 세정가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하마평도 나온다. 심지어는 이미 국회의원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분들까지도 고려해 봄 직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부 승진이 좋은지 외부 수혈이 옳은지는 판단이 어렵다. 국세청의 경우 과거의 경험상 외부 수혈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성용욱 청장은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민원실 분위기를 정착시켰다. 백용호 청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답게 기업들의 계열사 간 편법 거래를 바로잡는 이정표를 세웠다. 관세청장 출신의 이용섭 청장도 국세행정 혁신을 잘 이끌었다. 내부냐 외부냐를 떠나서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세청장은 젊고 유능하면서 조직을 따뜻하게 품어줄 청장이 아닐까? 지금의 강민수 청장처럼이라면 너무 사견일까.
청장을 바꾼다면 개인적으로는 80년대생 국세청장을 추천한다. 그렇게 되면 국세청 상층부가 완전히 물갈이되고 국세청 조직이 젊고 활기차게 변모할 것이다. 조직의 생리상 승진자가 많으면 조직은 잘 돌아간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특히 심한 것이 승진이다. 직급이 높아지면 지금까지의 메너리즘에서 탈피하여 새롭게 의지도 다지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이왕 확실하게 업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조직의 신진대사가 최고의 가치임을 생각해보자. 말은 안 하지만 공공연한 비밀이 고위직 공무원들의 정치적 횡보다. 국세청장의 자리를 탐내는 간부들 가운데 정치권력에 빌붙어있는 간부가 있다면 애당초 포기하시길 권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이미 국세청을 퇴직한 인물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다. 역사의 퇴행이다. 국세행정의 개혁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장강의 앞 물이 뒷물을 이기지 못한다”는 중국 속담을 빗댈 것도 없이 ‘새 술은 새 부대’가 답일 것이다. ‘국세청법’을 납세자를 섬기는 방향으로 제정하고 ‘하명수사’에 결연히 맞설 유능한 인재를 찾아보자. 조직에 활력을 준다면 錦上添花(금상첨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