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정부 고위직 인사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인사와 관련 일각에서 인수위원회 기간이 생략된 채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등 여러 여건상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굉장히 순풍을 타고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국무총리의 인사제청이 필요한 국무위원(장관급) 인선을 후순위로 삼고, 차관급 인사를 부분적으로 단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부분도 기획재정부 차관 등 당장 시급을 요하는 대통령실 주요 자리를 우선하는 방향성이 뚜렷해 보인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당장 국세청장 교체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국세청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치적 색채가 보일 수 밖에 없는 각료도 아닐뿐더러 국세청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굳이 현 시점에 교체하면서까지 국세행정에 정치적 색채를 쒸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무총리도 아직 정식으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절차가 선행되어야 하는 국세청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성이 있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국세청 내부에서는 강민수 현 국세청장의 '재신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지만, 교체된다면 과연 어떤 인물이 발탁될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것도 사실이다.

교체론과 관련 굉장히 주목되는 부분은 내부 후보자보다는 외부 후보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점인데, 왜 이러한 분위기가 국세청 내부에 형성되어 있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퇴직 후 다시 국세청장으로 돌아온 김창기 전 국세청장의 케이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외부 후보자는 3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퇴직한 현역 국회의원인 A씨와 전 지방국세청장 B씨, C씨다.

이미 한 차례 퇴직자 출신 청장을 겪어본데다 생판 타 부처 출신 '남'이 아닌 '우리' 였던 이들이 새 정부의 첫 국세청장으로 발탁될 만한 여건을 각자가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

다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와 별개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 여건'이란 것 자체가 박수만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는 외부인 A씨는 현직 국회의원. 높은 비례대표 순번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참모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권 초반 이런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그를 국세청장에 앉힌다면 국세청 권한 행사에 있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염려다. 지난해 말 퇴직 후 새 직장을 구하지 않은 채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B 전 지방국세청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직 정치인은 아니지만, 현직 재직시절부터 여당의 유력한 거물 정치인 라인으로 알려져 왔다.

해당 거물 정치인과 친소관계의 뜨거움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런 저런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화 되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세청장 자리에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C씨 역시 현재 세무사로 개업중이며, 특히 그는 현 강민수 청장과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퇴직자의 귀환’ 통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세정가는 이들의 발탁은 국세청이 유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관운영의 가치, '정치중립'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퇴직 후 행보 또한 문제의 소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와 C씨는 현직에서 명예퇴임한 후 세무법인을 설립해 일정기간 경제활동을 했고, 또 하고 있다는 것이고, B씨 또한 퇴임 후 '무적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도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본심과는 별개로 혹여 자신이 새 정부에서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될 경우를 대비해 퇴임 후 경제활동이 빌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관리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들을 내놓고 있는 것.

십 여년 전만 하더라도 국세청 사람들의 정서에는 '힘 쎈 국세청장'에 대한 로망이 깔려 있었다. 쉽게 말해 최고권력자 및 그 주변 권력자 등과 연결고리가 잘 형성되어 있는 그런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치력을 갖춘 국세청장이 온다 한들 청장 주변 몇몇은 좋았을지언정 국세청 조직 전반은 물론 국세공무원 개개인의 발전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여러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국세청장은 철저한 '조직관리형+실무형'이어야 한다는 것이 세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청장의 역할은 자신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철학을 바탕으로 국세행정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잡고, 업무든 사람이든 엄한 데로 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무언가 '반짝이는 일'을 만들어내어 선택에 대한 보답은 물론 자신의 장래를 도모하는 유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형' 인물은 내부에 있든 외부에 있든 가장 끌어다 쓰지 말아야 할 국세청장 모델"이라고 일갈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