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비상 경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관직무대행인 차관 주재 확대간부회의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인식된다. 상식적으로 보면 장관 궐위 시의 당연한 시스템적 작동에 불과 하지만 정권교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달리 해석되는 모양이다. 내부적으로는 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낙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손’이 어디로 향할지 정보전쟁이라 할 정도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라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위 ‘모피아’로 통하는 경제계의 얼굴마담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더욱 부각 된다. 때문에 ‘모피아’들의 원로들이 대통령실과 국회로 통하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암암리에 하고 있다는 분석도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모피아’들은 정치권력의 지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재무부 시절 차관을 지낸 한 원로는 ‘모피아’라고 불리는 계층의 사람들은 두 개의 전통이 확립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라는 존재감과 국가 경제정책을 담당한다는 책임감이 의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대한민국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고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모피아’라며 기능과 역할을 폄하하는 듯 모함하는 것은 경제관료에 대한 모독이다. 경제관료에 대한 부러움에서 비롯되는 타 부처의 해코지다. 그만큼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산업 전반에 대한 모든 규제와 법규를 만들고 매 순간 국민의 실생활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최고의 두뇌들이 기획재정부의 구성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외향으로는 정치권력의 시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제관료들만의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고위직과 선출 권력에 대해서도 예우만 할 뿐이다. “지금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재부의 전문성과 추진력이 절실히 필요하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등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차관 주재 간부회의의 결론만 봐도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뿐이다. 다만 정치권력의 요구에 맞추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포장할 뿐이다.
딜레마는 있다. 정책의 본류를 흔드는 변화에 어찌 무감각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인 이상 사고의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고 스스로 카멜레온 같은 변화에 넌더리를 내기도 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건전재정을 강조했고 모든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확장 재정으로 초점을 바꾸고 있다. 건전재정은 세입 내 세출을 위해 돈줄을 좨야 하고 확장 재정에서는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정책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늘공(늘 공무원)들은 바로 포장지를 바꾼다. 그들에게는 어떤 정책이나 빛나게 황금 무지개가 되도록 포장하는 기술이 있다. 그리고 책임질 일이 없다. 최악의 경우 ‘모피아’로 남는다. 편안하고 책임은 적은 자리가 보장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권력자들의 말을 잘 듣는 늘공의 자세가 확실하다. 그들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아름답게 포장하여 ‘일 잘한다’ 소리만 들으면 만사 오케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는 필수적이고 물가는 올라간다는 현실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것은 그때 가서 해결할 문제고 지금은 권력자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절대적이다.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서 세금을 높이면 당장 여론이 나빠진다. 세금은 줄이고 시중에 돈이 돌게하는 것이 지금은 최고의 정책이라고 포장한다. 정책의 딜레마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책의 효과가 국민에게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책임은 선출된 권력자 즉, 정치인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어공들은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늘공들은 어공들의 지시를 따르지만 힘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정책의 딜레마도 책임을 져야 하는 어공들의 몫인 것이다.
‘모피아’들에게 장착된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회전문 인사’라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돌려막기’로 통하지만 ‘모피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권력 지형에 따라 잠시 물러나기도 하고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기획재정부의 고위층들은 산하 금융기관 관련 단체와 각종 산업 관련 단체들에, 아니면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언제든지 컴백이 가능한 자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생멸에 따라 ‘모피아’들의 사람만 바뀌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피아’는 금융, 증권, 부동산,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화려한 경력으로 자리 이동을 하면서 정치권력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피아’는 우리나라의 주요 세력 가운데 으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정부의 재정운용과 경제설계를 담당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지식은 우리의 자산이다. 세계속의 한국으로 일류 국가로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에 그들의 노력과 충성이 녹아 있음이다. ‘모피아’가 대한민국의 한 축이 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들에게 전통처럼 내려오는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신념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정치권력들의 잘못된 정책에 과감하게 반대하는 보습도 보고 싶다.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을 벗어나 국리민복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경제정책의 본류를 지탱하는 ‘모피아’를 기대한다. 여러분의 머리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정책과 권력의 변화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본류만 놓치지 않는다면 ‘딜레마’도 즐길만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