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납세자들이 세무서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납세자들이 세무서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세금 공감도’가 도마 위에 오른 지는 꽤 됐다. 세금을 피해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해도, 국회의원의 탈세는 일반 국민보다 훨씬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작태임에도 왠지 당당한 듯한 느낌은 혐오스럽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자신들이 지키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 발목을 묶는 모순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세금 공감도’가 성실납세자의 근처도 못 가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온갖 특권과 혜택을 이용하여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에 진심인 그들에게 법권이 주어져 있다는 이유로 세법의 개폐를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오죽하면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매우 박하다. 심지어 “‘그 밥에 그 나그 나물’ 일 잘하라고 세비 많이 줬더니 그것도 적다고 도둑질할 궁리만 하는 부류들이 의원 나리님들 아닌가”라는 평가를 대할 때면 공연히 얼굴이 붉어질 정도다. 누구 하나 국민의 진정한 존경을 받을 생각이나 하는지. 그저 국민의 뜻을 앞세운 ‘국민팔이’를 통해 권력을 남용하고, 거짓말과 눈가림용으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도구로 여기는 한심한 자들, 지혜를 담아야 할 머리에 욕심과 허영으로 가득 찬 덜떨어진 위선자들, 권력자에 빌붙어 온갖 아양과 감언이설로 자리를 탐하는 속물들, 이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

새 정부의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 검증에서도 예외 없이 정치 공방이 되고 있지만 공직자 재산 등록과 실제 소비수준의 차이가 밝혀지면 “세비 외 기타소득이 있었다”로 어물쩍 넘어간다. 세비는 원천징수 되므로 거짓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기타소득이 있었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과 자료가 있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나 근로소득 외 다른 소득이 있으면 예외 없이 5 월달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축의금, 부의금, 출판기념회 등 두루뭉술하게 소득의 근거라고 내놓는다.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내용은 없다. 과세에서 제외되는 정당한 정치자금과 경조사에 따른 특정 수입을 말하면서 대충 넘어가자는 시그널이다. “정치인들은 세비 외 현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집에 현금으로 보관한다. 절대 은행에 넣지 않는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있다. 정치인들이 현금을 선호하고 은행거래를 꺼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고 자금이 추적되기 때문이다.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지기는 했으나 대부분 정치인의 공통 사항이라 보아도 될 정도로 만연된 도덕 불감증의 현실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의원 당선만 되면 마치 모든 검증을 거친 것처럼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전과가 있어도 상관없다. 재판을 받고있어도 상관없다. 모든 흠결을 인정하고 대표로 뽑아준 것은 용서받은 것이라는 논리다. 더 이상 검증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이 대표로 인정하고 뽑아준 이상 무슨 검정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것이 정상인가? 아무리 타락한 정치인이라도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기만 하면 모든 죄가 용서되고 지도자의 덕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국민의 대표나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법을 지켜야 함은 당연하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스스로 돌아보아 도덕적으로 남들보다 상위에 있다는 생각에 모자람이 있다면 물러남이 당연하다. 우리 사회가 도덕적 규범을 강조한다고 해서 공자처럼 성인의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최소한 남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수모를 당하는 정도는 피해야 함이라는 생각이다. 행여 남들이 알까 봐 장롱 깊숙이 현금다발을 숨겨야 한다면 법을 어겼거나 도덕적으로 당당하지 못함일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에게 납세 내역을 공개하게 하는 것이나 재산을 공개하고 등록하게 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을 위한 기준이다. 선출직 공무원이 선출 당시 공개한 재산목록에서 임기 동안 원천징수 되는 봉급과 종합소득세로 신고 된 기타소득을 합한 금액이 동일하지 않는다면 여기에는 반드시 부정한 뭔가가 감춰져 있음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경우 임기 종료 시 의무적으로 등록 재산에 대한 검증을 받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진짜 정치인들 집에는 현금이 많기는 하는지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니가 봤냐? 현금다발 보기나 했냐구?”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사연이다.

기타소득이 있다면 그리고 정상적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 당당한 소득이라면 종합소득세 신고자료만 공개해도 확인될 사안이다. 세금 신고가 안 된 기타소득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고약하다. 도덕적이지 못하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국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더욱 남보다 모범을 보여야 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국무총리 인사 검증을 계기로 공직자의 재산공개와 투명한 소득원천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선출직은 물론 임명직 공직자에 대한 재산등록과 소득에 대한 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으레 논공행상의 공신록과 정권 창설에 기여한 공로에 상응하는 자리가 주어진다. 이는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대대적인 교체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새로 탄생한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 법과 도덕이라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규범을 더욱 굳건히 다져야 국민의 지지가 오래갈 것이다. 개인의 납세정보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알아도 모르는 것이 된다. 그러나 스스로 공개하는 것은 제한이 없다. 매년 재산을 등록해야 하는 자리의 경우 종합소득세로 신고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는 불법이나 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은 조세제도의 제1원칙이다. 종합소득세 신고는 소득을 확인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신고되지 않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붙여도 탈세다. 정치인들의 세금에 대한 공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말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번 만큼 세금이라도 내라.”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납세증명’이 안되는 소득은 일반적으로 ‘구리다’고 보면 틀림없다는 것도 국민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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