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정성호 의원이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국세청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013년 8월 27일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정성호 의원이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국세청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97년 ‘세풍사건’으로 인해 최초로 추진된 ‘국세청법 제정(당시 국세공무원법)’은 약 30년간 빛을 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신세다.

국세청이 국세청법 제정을 이루어낸다면 지금이 가장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세법학회는 국세청이 의뢰한 국세행정 공정성·중립성 및 전문성 확보 방안에 대한 연구-국세청법 제정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이미 제출했다.

보고서는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부터 해외 사례, 법 제정 내용 등이 실렸다. 국세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보장하고 내부승진제나 국세공무원 별도 보수체계, 세무조사 본부설립 등 주요 쟁점 및 이슈도 담겼다.

국세청법 제정은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추진했던 법안이다. 각각 진보와 보수 정권에서 각자가 국세청법 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턱을 넘는데는 실패했다. 가장 큰 반대를 한 것이 ‘정부’였기 때문이다.

먼저 세풍사건으로 인한 국세공무원법 제정안은 재정경제부가 추진했다. 세무조사권을 쥐고 흔들며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은 사건이다.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 등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국세행정 신뢰도를 바닥으로 주저앉혔다.

그러나 중앙인사위원회는 정부의 통일적인 인사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며 별도의 법제정에 반대했다. 중앙인사위는 국세공무원을 경찰이나 검사처럼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한다면 타 부처와의 통일성이나 형평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타 부처에서도 국세공무원법을 계기로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한 것도 이유였다.

과거 논의 사항을 살펴보면 중앙인사위는 관세, 교정, 출입국관리 직원 등이 특정직을 요구하는 등 부처이기주의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고공단 제도 도입이 됐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행자부에서도 특정직은 아주 예외적인 인정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후에도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 세무조사 악용 등 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사가 이어지면서 국회에서 국세청법 제정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정부 측의 반대로 20여년의 세월간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이제는 국세청의 업무가 단순한 징세 업무를 넘어서 복지 세정을 함께하는 거대한 조직이 된 만큼 국세청법 제정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한 국세행정개혁TF에서도 국세청이 세풍사건 외에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조사권을 남용한 사례를 확인하고 국세청법 제정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세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국세청이 최근 5년(`19~`23년)간 실시한 자체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만1443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렇다면 국세청법 제정은 왜 ‘지금’이어야 할까.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조직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 과거처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위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세청법에 반대했던 정부입장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새 정부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이루는 시기가 국세청법 제정을 함께 추진할 동력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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