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 임광현 국세청장 지명자의 첫마디다. 당연한 이 한마디의 무게가 천근만근임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새 정부의 첫 국세청장이 주는 엄중함과 겹쳐서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오랜 기간 밤잠을 설칠 것이다.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가 한시도 머리에서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취감에 기쁨도 만끽할 수 있으리라. 평생 몸담은 조직에서 최고의 자리 바로 아래서 낙마하고 현직을 물러나면서 얼마나 낙담하고 안타까워했던가. 자리의 경중 이전에 스스로 안타까움의 한 부분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도파민을 무한대로 내뿜을 것이다. 어쩌면 이 행복감이 아드레날린을 무한대로 발산하여 능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인간만이 갖는 불가사의다.
새 국세청장에게 주어지는 과제와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을 뒷받침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국세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 새 국세청장 지명자의 각오와 답변이다. 이것만으로는 새 국세청장의 세정철학이나 향후 개혁 방향을 점칠 수 없다.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이야 누구나 늘 하는 입에 발린 하나 마나 한 얘기다. 공정이니 합리적이라는 말도 누구라도 할만 한 흔해 빠진 싸구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국세행정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의 국세행정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이제부터 고민할 모양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세청장. 세정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보자. 국세청은 개청 이래 개혁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변혁, 쇄신, 혁신 등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끊임없이 발전적 탈피를 거듭해 왔다. 어느 국세청장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던 청장은 없었다. 다만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문제였다. 마찬가지로 새 국세청장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우리의 국세행정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고 방향키를 틀어야 한다. 지금 국세청의 업무 환경에서 향후 사회 전반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조직의 안정성’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지는 이제 버려야 할 때라고 본다.
새 국세청장 앞에 놓인 당면과제는 ‘국세청 법’의 제정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일 것이다. 변화하는 세정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앞으로 누가 국세청장을 하더라도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 납세자를 섬기는 세정이 집행되도록 제도적 정비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국세청은 이질적인 업무가 병존하는 업무 혼재가 있다. 국세청의 근본적 존재 이유인 징세업무와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근로소득 및 학자금 등의 저소득계층 지원업무로 나뉘고, 징세업무는 신고와 조사(부과와 추징)로 구분된다. 국세청의 조직은 크게 세무조사, 신고 안내, 저소득층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국세청 법‘에서는 이를 분리하여 제1차장(부과 징수), 제2차장(세무조사 및 체납), 제3차장(근로장려세 등 분배)의 업무 분장을 엄격히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일선 조직도 역할과 업무 위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신고안내는 이미 전산화와 AI의 접목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상이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근로소득 지원이나 학자금대출 상환 등도 크게 문제 될 소지가 안 보인다. 문제는 세무조사 분야에 있다. 개혁을 생각한다면 세무조사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세무조사의 경우가 개선의 여지가 가장 많이 보인다. 지금은 일선 세무서까지 세무조사 업무에 투입되고 있어 말 그대로 저인망식이다. 세무조사의 목적은 성실신고의 담보에 있다. 어떤 제도를 택하든 선악이 공존하는 것이 세상 이치지만 세무조사만큼은 과거 경제계발기에 도입했던 저인망식 세무조사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선 세무서는 민원과 신고 및 상담 그리고 교육 위주로 역할을 바꾸면 좀 더 납세자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세무조사는 지방청에서만 전담하고 조사 대상도 명백한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될 때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성장하여 조사의 실익이 생길 때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기 세무조사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말이다. 다만 5년이든 10년이든 한번 세무조사를 받으면 망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필요가 있다. 감히 탈세의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엄정한 조사와 추징을 보여줘야 한다.
병행하여 성실하게 세무 처리를 하여 추징세액이 없을 때는 포상하는 등 세무조사의 접근방법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완전히 바꾸어야한다. 곤충이 번데기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가 탄생하듯이 완벽하게 탈피하도록 연구하는 것이 새 청장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구시대의 유물에 속하며 현재까지 잔존하고 있는 ‘하명조사’도 없애야 한다. 오로지 정권에 유지를 위해 기업의 목줄을 죄는 세무조사는 적폐 중의 적폐다. 기업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이상 자유롭게 기업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원 위주의 세무조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외부의 압력도 없이 독립적인 세무행정이 담보돼야 한다.
각종 정보의 전산화와 국세청 빅데이터로 인한 세정의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의 빅데이터와 AI의 접목은 신고검증에서부터 세무조사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혹자는 각 개인의 소득과 소비가 모두 전산망에 크로스 체크되면 과세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소득에서 총소비를 제외한 순수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부 정부 부과방식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왠지 찜찜하다. 앞으로 국세행정 변화의 방향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 짓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공무원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경계하는 말이다. 새 청장은 마음만 먹으면 개혁 과제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다. 모쪼록 대가가 무서워 몸 사리지 말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시기를 응원한다.
조직을 바꾸든지 아니면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든 어느 것이나 새 청장의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업무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키고 자신의 세정철학을 접목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제부터 모든 사람이 주목할 것이다. 새 국세청장의 세정철학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며 어떤 것을 고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갈지 지켜볼 것이다. 그래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살아가며 행복과 불행은 늘 파도처럼 교대로 오는 법이니까. 다만 인생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어떤 대가를 치러도 내 선택이 옳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실행하시라. 무엇을 하든 사심 없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어떤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과 시스템을 완전히 일신하고 일하는 방식을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하는 힘센 국세청장. 오로지 국세청의 역사에 헌신하는 청장으로 남겠다는 각오로 국민을 섬겨서 성공한 청장이 되기를 바란다. 새 청장에게 다시 한번 성공을 기원하는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