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 감나무 아래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고기떼를 만난다
이건 넙치 저건 숭어 저 자잘한 건 멸치떼
감꽃 잎에 물고 숨는 피라미도 보인다
햇빛 맑고 바람 잔잔한데
무성한 잎들은 하늘 촘촘히 그물을 놓아
수많은 고기를 발밑에 풀어 두었다
와 와, 마당 좁다 몰려다니는 고기떼
감꽃 주렁주렁 실에 꿰어
오월, 한낮보다 더 긴 낚싯대를 드리운다.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상상과 비약은 시 쓰는 사람으로서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해학과 풍자의 시를 즐겨 쓰는 황상순 시인이 “감나무 아래”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젊은 시절 황상순 시인과 오대산 여행 중, ‘산에만 들어오면 가슴이 확 트인다’라고 했던 마음과 맞물립니다. 문학에의 열정이 거듭, 고향 평창 봉평에의 감나무꽃으로 피우고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 그의 시는 매우 짧아졌습니다. 살아내 온 욕망과 좌절이 단숨에 사그라진 것처럼 말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내 청춘에게 걸어 준 감꽃 목걸이가 그립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