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전액 소비하면 부가가치세 증대 세수 최대 2.4조 이를 것”
정부가 상생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소득세를 부과하면 최대 20∼30%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교수)는 1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제29차 조세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권칠승, 소병훈, 민병덕, 신영대, 오기형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 중 기재위 소속인 정성호, 신영대, 오기형 의원과 정책위 소속인 민병덕 의원이 함께해 세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세미나에서 ‘조세를 활용한 민생회복지원금의 효율적 운용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김신언 세무사(법학박사, 미 일리노이주 변호사)는 민생회복지원금의 배분과 관련한 논쟁부터 구체적인 과세방법론, 세수 증대 효과 등을 설명했다.
김신언 세무사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보편적 지급이 주는 장점인 △대상 선정을 위한 시간 및 행정력 낭비를 피하고 △중위소득 이상 소득계층이 침체된 내수시장 활성화에 더욱 효과적인 점을 활용해 보편적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소득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했다.
보편적 지급과 병행한 소득세 부과는 보편적 지급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상위소득자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수평적 형평성 문제와 △국가재정 악화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5년에 분배하면서 `23년 소득을 기반으로 소득계층을 구분하여 지급하는 선별적 지급은 적시성이 떨어지는 반면, 올해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내년 연말 정산(근로소득자)이나 종합소득신고 기간에 과세하면 조세의 순기능인 소득재분배 효과(사회 정책적 기능)를 달성하고, 더불어 세수증대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득세 부과로 인한 세수증대 규모를 간과한 결과 보편적 지급이냐 선별적 지급이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가지원금에 대한 과세,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그렇다면?
그러나 현행법상 소득세는 법률에 열거된 소득만 과세할 수 있으므로 무상으로 지급하는 상생회복지원금은 과세할 수 없다. 과거 코로나 시기에 제1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었고 이후 6차례 선별적으로 지급되었지만, 원칙적으로 과세되지 않은 이유이다.
그런데 입법을 통해 소득의 하나로 정하더라도 정부가 무상으로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등의 지원금은 개개인이 소득을 발생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므로 납세자의 행위와 연관 관계가 없어 법리적 타당성이 결여된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소득으로 보게 되면 4대 보험의 부담이 증가하고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근로소득만 있는 1800만명이 넘는 납세자가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도 발생한다.
김 세무사는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상생회복지원금을 모든 거주자가 공제받은 1인당 기본공제 150만원에서 받은 금액만큼 차감하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상생회복지원금을 소득의 하나로 보지 않고도 과세표준의 산출 과정에서 과표를 상승시켜 소득세 증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소득공제에 대한 소득세법의 개정은 법률의 시행 후 과세표준을 신고하거나 연말정산을 하는 분부터 적용하는 입법 관행과 소득세와 같은 기간 과세 세목의 부진정 소급효를 인정하는 학설과 판례를 근거로 할 때, 올해 말까지 소득세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만으로 올해 지급되는 상생회복지원금도 내년 2월 연말정산과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간단하게 합산해 과세할 수 있다.
따라서 선별적 지급을 위해 시간을 소비하기보다 보편적으로 우선 지급하고 내년에 과세를 통해 사후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통한 선별적 지급 효과를 노리는 것이 가능하다.
◆ 소상공인 채무탕감 정책
정부는 7년 넘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탕감해 113만명을 구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구제가 아닌 사람 회복 정책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형평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쉽게 형성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서도 김신언 세무사는 조세를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국가가 시행하는 채무탕감의 대상자는 사업자이며 빚을 여러 해 갚지 못하고 있는 사업자일수록 결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채무탕감을 받은 소상공인 등의 이월결손금에서 상계 처리하되, 이월결손금이 없는 상태라면 향후 15년간 발생하는 결손금과 상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이월결손금 공제와 채무탕감을 모두 받은 이중 혜택 가능성을 배제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도 떳떳하게 재기할 수 있게 된다.
◆ 내수경제 활성화…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세수가 늘어난다
김 세무사에 따르면 30조원을 지원해 소비를 줄이지 않고 전액 소비하면 부가가치세 증대 세수는 최대 2조4000억원(지원액의 8%) 규모에 이른다.
특히 사용장소를 전통시장 등으로 한정하는 것보다 소비성향이 강한 중산층의 추가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백화점 등으로 그 사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마중물로 해서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회복되면 부가가치세 세수와 더불어 상인들의 소득 증가로 인한 소득세 등의 세수도 늘어난다. 유류비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도 징수할 수 있고 고가 물품이나 유흥장소의 출입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도 늘어난다.
김 세무사는 작년 서울시립대 전병욱 교수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지원금의 11.3%가 소득세로 징수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보편적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소득세를 부과할 때 지원금 규모의 20~30% 정도의 세수증대(부가가치세+소득세 등)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세수가 확보되면 국가채무 증가하는 문제를 일부 보완할 수 있고 향후 다른 용도로 활용 가능하므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김신언 세무사는 “보편적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소득세를 부과할 때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정부가 조사하고 분석해 추후 기본소득제도와 유사한 대규모 국가지원금 사업 이전에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향상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