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아이러니 가운데 손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집값이고,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이상함이 새 정부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음이다. 이를 의식한 듯 부랴부랴 내놓은 첫 부동산 대책이 대출 규제와 거주요건이다. 소위 ‘갭투자’라는 가수요를 잡는 데는 성공한 듯 하나 실소비자들이 겪는 불편과 부작용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즉, 금융 대책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세제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시너지가 난다는 전통적 부동산시장의 이론이 점수를 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세금 제도를 언제 어떻게 투입할지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집값 잡기를 위한 세금 정책을 두고 집권당과 대통령실의 불협화음도 들린다.
부동산시장 전체에 대한 세금 제도와 주거용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달라야 한다. 집은 국민의 주거 안정에 일차적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집에 대해서는 세금도 특별해야 한다. 세금 정책의 묘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세금 정책을 잘못했다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집값을 부추긴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공동주택의 공시가를 대폭 인상하면서 동시에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했으나 이 모든 인상이 집값에 전가되면서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세금 인상분만큼 전세가가 오르고 집값도 하루가 무섭게 올랐다. 동시에 단행된 임대차 3법은 세입자에게도 집 소유주에게도 족쇄가 되었고,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점점 높아지더니 결국 정권이 바뀌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러한 경험은 새 정부 당국자들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고, 세금 정책의 묘수 찾기에 골몰하게 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부동산 특히 집의 경우 특수한 재화이다. 한정된(협소한) 땅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항간에는 “강남에 똘똘한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면 10년 뒤엔 10년 연봉이 오르고 20년 살면 20년 연봉이 생긴다”는 넋두리가 나올 정도다. 이는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가 집값이 많이 오르고 너도나도 도시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현상이 생겨남에 따라 도시의 집값은 점점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오르게 되는 원칙 아닌 원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집에 대해서는 세금 정책을 적용하기가 까탈스럽고 정책 입안자들의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이유라고 본다.
그러면 집값을 잡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완성할 세금 정책의 묘수는 무엇일까? 누구도 함부로 답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다. 묘수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녹아있다. 바둑에서 “정석을 공부하되 외운 다음에는 잊어 버려라”는 말이 명제처럼 전해지고 있다. 정석을 알고 그것을 넘어야 묘수가 보인다는 가르침이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 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의 정석은 ‘거래세는 가볍게, 보유세는 무겁게’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이 정석을 철저히 지켰다. 그러나 실패했다.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실천 원리를 잊은 것이다. 섣불리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형국이었다. 부동산 정책에는 이 정도면 되겠지가 없다. 역대 정부가 그렇게 많은 부동산 대책을 고안했으나 실패한 것도 적당히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놔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권교체라는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경험한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주거 안정 대책을 달성할 세금 정책의 묘수는? 그 답은 집이라는 특수한 재화의 특성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점검해야 하고, 일부의 희생을 전제해야 묘수가 보이게 될 것이다. 새 정부에서 금융 규제로 ‘갭투자’를 봉쇄했듯이 과거‘갭투자’로 집을 투자의 도구로 이용하여 부를 축적한 계층의 희생을 강제하는 방법이 가장 손쉬운 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주거용 한 채를 제외한 주택 소유가 불가능하게 해야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주택은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 다주택 소유자가 그만큼 많음이다. 주택의 또 다른 특성이지만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택지 조성에서부터 입주까지 최소한 3년 이상 걸린다. 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새 정부의 임기 내 주택정책은 해결 불가능과 같은 말이 된다. 주택공급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여러 채 가진 주택 투자자들이 집을 내놓는 것이다. 이미 지어진 집이 곧바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갭투자’의 전형이 ‘빌라왕’이라는 사회문제로 비화한 경험도 있다. ‘빌라왕’만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파트를 수십 채 가지고 있으면서 임대소득으로 은행이자 갚으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아파트 왕’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들이 모두 자가 거주 한 채만 소유하고 집을 모두 내놓으면 공급의 문제는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전통적으로 재산 증식과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 되어왔다. 그것을 방치한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다. 이제 집은 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라는 사회통념이 자리 잡도록 의식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집에 대한 사회 여건을 인식하고 있다면 정석을 기초로 한 묘수를 찾아내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묘수라는 것은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판세와 수읽기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수 들 간의 조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들을 동시에 시전하는 고급진 정무 판단을 제시해 본다.
첫째, 전통적인 부동산 세금의 정석에서 출발하여 양도소득세를 폐지하자. 둘째, 취득세와 등록세도 최소한의 행정비용으로 낮추자. 셋째, 보유세는 집값이나 임대료에 轉嫁(전가)시키기 불가능할 만큼 징벌적으로 과세하자. 다섯째, 공시가를 시가의 60% 정도로 고시한 다음 공시가를 넘는 거래에 대해서는 강제 환수하는 비상 입법을 만들자. 여섯째, ‘부동산 거래 신고제’를 전면 시행 하자. 일곱째, 일정 기간을 정해서 집을 팔 수 있게 하자. 여덟째, 집은 안 팔리고 세금으로 집만 날아가는 부작용을 줄이도록 ‘매수청구 제도’를 도입하자. 이상의 제도를 철저히 준비하여 동시에 집행하면 집값과 서민의 주거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이라는 특수 재화는 “공산주의 나라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부에서 개입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정치적 내지는 인기 영합 때문에 그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못했을 뿐이다. 세금이 없는 한 채를 제외하고는 세금 때문에 팔아야 하고, 안 팔리면 나라에 매수청구를 할 수 있게 해야 공급부족이 해소된다. “괜히 집 사서 폭삭 망했다”가 대세가 돼야 집이 재산목록에서 주거 편의 시설로 의식이 전환되고 생활 패턴이 바뀐다. ‘빌라왕’들이 패가망신했듯이 이제 집에 대한 세금 정책 묘수로 ‘아파트 왕’들이 혼날 차례다.
바둑에서 두 개의 축을 한수로 동시에 방어하는 ‘진신두’라는 묘수가 전해지고 있다. 집값과 주거 안정이라는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하는 ‘진신두’ 같은 묘수를 찾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최고로 강력한 의회와 강한 정부의 용기는 어디까지일지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