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용 신용카드.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게 되나. 카드는 신용이다. 신용 불량자에게는 카드 발급이 차단된다. 사업자용 신용카드는 사업자의 신용을 의미한다. 법인카드는 법인 사업자에게 발행되는 카드라는 의미에서 사업자용 신용카드는 개인사업자에게 법인카드의 역할을 해주는 카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쉽지만 전혀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신용카드인 것은 맞는다. 다만 사용 주체가 전혀 다르다. 사업자용 신용카드는 부가가치세 기준으로 개인 일반사업자만 국세청에 등록하여 사용하는 이상한(?) 카드이다. 사업상 필요한 비용의 지출이었음을 확인해 주는 카드다. 여기서 또 한 번 간이과세라는 부가가치세의 ‘사생아’가 얼마나 세무행정 전반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부가가치율과 0.5%라는 복잡한 세율과 매입세액 공제의 특수성이 필요한 이유이고 사업자용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지 못하는 사연이 아닌가 싶다.

시대의 변화라는 큰 흐름이지만 상사법의 개정으로 1인 법인이 가능해진 이후로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규모가 어지간히 갖춰지면 법인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사업자가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일반사업자의 범위가 점차 축소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화폐가치의 인플레이션으로 과세특례 역시 줄어들고 간이과세자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일반사업자가 6백만 명이 넘고, 간이과세자도 줄어든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 일반이냐 간이사업자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사회의 변화는 도외시 한 체 일반사업자에게만 사업자용 신용카드를 인정하는 국세행정이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아무리 소규모 자영업자라도 사업자용으로만 사용하는 카드를 분리해서 사용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사업용과 가사용을 구분 없이 사용하면 사업자에게도 사업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고 세금과 수익을 구분하지 못하고 방만한 운영의 도화선이 된다. 세무행정의 효율성이나 과세의 실익이 낮다는 이유로 간이과세자나 과세특례자에 사업자용 신용카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의 한 종류다. 역설적으로 사업자의 유형을 없애고 매출의 10%가 부가가치세라는 간단명료한 제도면 사업자용 신용카드를 전면 확대하고 소득 역시도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부가세 도입 당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한 제도들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불행의 씨앗으로 보일 정도다.

세무사에게 기장료를 주고 신고를 대행토록 하는 일반사업자도 사업자용 신용카드에 대해 “무슨 카드”냐고 반문할 정도다. 그나마 아는 사업자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카드 하나 정하라 고해서 정해 줬다” 할 정도로 효용성이나 사용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사업자용 신용카드의 효용성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국세청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나 사용을 권장하는 행정적 뒷받침이 없는 듯하다. 사업자별로 실제 매출과 매입 세액을 확인하는 절대적 방법임에도 국세청도 사업자도 하나 마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업자용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이를 신고하는 사업자는 개인 가사용과 사업용의 구분이 절실하지 않다. 국세청은 이들의 신고가 잘못이 없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느라 행정력을 소비해야 한다. 사업자라면 규모에 상관없이 사업자용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사업자용 신용카드가 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국세행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사업자용 신용카드에 대한 무개념은 국세청이 분석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국세청이 발표한 사업용 신용카드를 잘못 신고한 사례를 보면 첫째가 홈택스에 등록하지 아니한 카드로 사업 관련 지출에 사용하고 사용 명세서를 누락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로 사업용 신용카드와 다른 카드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중복으로 공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사업자용 카드로 가사 관련 경비를 지출하고 사업용인 것처럼 과다 공제한 양심 불량도 적발됐다. 한 지인은 “세무사의 조언에 따라 수익을 줄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 다니며 법인카드를 사용하지만, 비용 떨어내기가 쉽지 않다” 자랑 반인 고민을 토로한다. 법인카드의 사용이 이렇게 멋대로이고 당국의 적발이 한계가 있다면 사업자용 카드도 매일반일 공산이 크다. 일반 개인사업자의 사업 관련 비용을 공제해 주기 위한 제도가 이렇게 방만하고 악용되는 사례로 국세행정에 부담을 준다면 어떻게든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업자용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고 제도의 합목적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확대가 시급하고 사업자용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개선책은 여러 방면에서 찾아야 하고 특히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여 국세 행정력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우선 국세행정 개선으로 사업자용 카드 사용을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간이과세자에게까지 사업자용 카드사용을 의무화하고 사업자등록 시 반드시 사업자용 카드 등록을 강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카드사와 업무협약으로 사업자용 카드를 발급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봄 직하다.

특히 사업자용 카드의 올바른 사용과 제도 정착을 위해 혜택을 주는 방법도 유용할 것이다. 대신 사업자용 카드의 불량 사용자에 대해서는 비용 전체를 부인하는 등의 강력한 제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업자등록 시 등록한 사업자용 신용카드가 카드회사에 의해 사용 중지되면 즉시 사업자등록도 말소하는 방법으로 체납 발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미 전자신고 세액공제 제도에서 경험했듯이 어떤 제도의 성공적 랜딩을 위해서는 유인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사업자용 카드는 사업과 관련해서만 사용한다는 국민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사업용 카드가 가사용으로 혼용된다면 행정 부담만 줄뿐 사업자에게도 불편할 것이다. 사업자에게도 유익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이 어려운 경우에도 매입 매출이 신속 정확하게 확인되는 사업자용 카드의 확대를 위한 국세행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국세청의 위대한 역사를 지탱하는 본질은 행정 개선을 통해 납세자를 편하게 하고자 하는 ‘섬김의 정신’일 것이다. 납세자가 세금 내기 편리해진다면 무엇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국세행정의 개혁 정신이고 납세자를 섬기는 국세청의 정신으로 위대하게 전승될 것이다. 사업자용 신용카드의 모든 사업자에 확대 시행도 국세청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나갈 片鱗(편린)이라면 결코 가벼운 과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조각들이 모이다 보면 부가가치세 제도의 완전체도 언젠가는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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