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22년 조사 받아…임광현 국세청장 임명 시 '정기조사 시기'와 맞물려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세운 ‘세무법인 선택’과 곧바로 억대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로 인해 임광현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세청장직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 큰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역대 청장 중에서도 취임 전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건 최초가 된다.
GS칼텍스는 임광현 후보자가 국세청 차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인 지난 `22년 6월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임 후보자는 7월 명퇴했고, 그가 세운 세무법인과 자문계약을 맺은 건 3달 뒤인 10월이었다.
GS칼텍스는 내년, 혹은 내후년에 ‘정기 세무조사’의 시기가 도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후보자를 국세청장에 임명하고 나면, 임광현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재직 중 세무조사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국세청장의 임기는 법으로 정해진 바 없지만 평균적으로 2년가량 재직하게 된다.
임 후보자가 근무했던 세무법인과의 인연이 GS칼텍스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GS칼텍스와의 자문계약이 공개되면서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임광현 후보자가 세무법인 선택의 대표로 근무하던 시기 국내 굴지의 대기업 4곳과 비슷한 규모의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름이 공개된 곳은 GS칼텍스 뿐으로, 신생 세무법인에 대기업이 자문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전관예우’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천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세무법인 선택에 소속된 국세청 출신 세무사 중에서도 고위직은 임광현 후보자 뿐이었다.
또한, 나머지 기업들은 ‘임 후보자가 어차피 국세청장이 될 텐데’라며 무서워서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개된 GS칼텍스는 미운털이 제대로 박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청문회에서 임 후보자는 '전관예우는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개인적인 자문을 해준 것은 없었고, 법인과 법인 간의 계약이라 대표자의 이름이 날인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질의가 계속되자 신생 세무법인에 억대 자문계약을 맡긴 ‘GS칼텍스’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다.
GS칼텍스가 국세청에서도 유명한 조사통이자 조사국장만 6번 역임한 임광현 후보자의 이력을 보고 자문을 구했을 뿐이었을까. 임 후보자의 청문회를 준비했던 직원은 “조사국의 노하우를 더해 그만큼 고퀄리티로 업무처리를 했으니 월 1000만원을 받은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임 후보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던 GS칼텍스가 업계에서 소위 ‘찍혔다’는 반응 때문일지, 국세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5년 만에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위 괘씸죄가 적용돼 고강도의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국세청이 GS칼텍스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경우 ‘표적조사’라는 의심을 사기도 쉬운 처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조사 착수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임 후보자의 해명대로라면, 앞으로 대기업은 실제로 개인적인 자문을 받지도 못하는데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소속된 세무법인에 거액의 고문계약을 맡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GS칼텍스의 경우 앞으로 어떤 국세청 고위직 출신도 고문계약을 하려는 시도를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홀가분 공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세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정협의회’ 사태처럼 현직에서 있을 때 세무조사를 봐주고, 퇴직 후 거액의 고문료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면, 신생 법인에 억대 자문료를 건넨다는 것은 조사국에서 십수 년 근무하고 조사국장까지 역임했던 국세청 출신에 거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직접적인 자문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도움이 되는 것은 국세청을 향해 ‘선배가 있는 곳에 자문을 맡겼으니 알아서 잘 봐달라’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기조는 향후 많은 기업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임광현 후보자는 국세청장을 지낸 이후 세무법인 선택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임명도 되지 않은 후보자의 신분’이라며 즉답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