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할 수 없어
쌀뜨물같이 고여 있는
나에게서 가장 멀리 띄우는 엽서의 방
한 사람을 찾아 헤매다
슬픔으로 무너져 내린 적도 있었지요
먼 데 있는 한 사람의 안부를 물어요
우체국 문을 나서며
기차역, 푸른 차밭, 단팥죽, 돌담 아래 백합, 물의 도서관
그리고 자클린의 눈물
엽서 한 장에다 다 쓸 수 없는 안녕이란 인사가
내게 넘쳐서
내게 물의 노래를 들려주던 사람
물결의 파문으로 흩어져 버린 사람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반복하는
슬픔의 노래는
물의 노래는 누가 연주를 하는지
내게 너무 멀어
소나기만 한차례 내리는 오후
귀를 닫아도 사방에서 들리는
물결치는 선율에 그리움 얹고 싶었던 걸까요
자클린의 눈물을
짐승처럼 듣습니다
소나기는 그치는데
시집 이별 뒤에 먼 곳이 생겼다
(여우난골, 2025)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살다 보면 늘 이별 뒤에 또 다른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줄기차게 부르는 눈물의 노래가 태어날 때 아기의 울음처럼 이어지곤 했습니다. 생로병사, 생의 끊임없는 번뇌가 첼로로 엮는 “자클린의 눈물”입니다. 한동안 그 곡에 취해 버둥거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연 가득 내게 “물”을 먹이는 심오한 리듬과 멜로디, 아름다운 슬픔을 연주하는 자클린, 생전의 그녀 모습이 마치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발간된 하두자 시집 『이별 뒤에 먼 곳이 생겼다』(여우난골, 2025)에서 골라왔습니다.
